전직 공무원이 스타트업 창업
파편 수거 우주선 제작 등에
4300만달러 투자 유치
[ 유하늘 기자 ]
지난 9월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한 인공위성에 우주 쓰레기 파편 하나가 충돌했다. 다행히 파편 크기가 수 ㎜에 불과해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우주 쓰레기가 날아오는 속도가 초속 8㎞에 달하기 때문에 파편 크기가 1㎝만 됐어도 위성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였다.
수명을 다해 우주 공간을 떠도는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파편을 흔히 ‘우주 쓰레기’라고 부른다. 미국 공군은 지구에서 포착 가능한 크기의 우주 쓰레기만 약 2만3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 작은 것은 수천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골칫덩이로 떠오른 우주 쓰레기를 처리할 청소부를 자처한 일본 기업인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년 전 세계 최초로 우주 쓰레기 처리기업 ‘애스트로스케일’을 세운 오카다 마쓰노부 씨(사진)를 소개했다.
오카다씨는 공무원으로 일하다 인터넷 기업을 세운 사업가다. 그는 우주 개발에 뛰어든 나라들이 정작 우주 쓰레기 처리 문제는 손을 놓고 있는 데 문제의식을 느껴 직접 나섰다. 그가 이전 경력과 관련 없는 우주 쓰레기 해결에 나선 것은 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카다씨의 어린시절 영웅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었다. 오카다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항공우주국이 국민들에게 ‘우주 쓰레기 처리에 세금을 써야 한다’고 납득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익을 추구하는 작은 사기업이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벼운 우주선을 만들고 표면에 접착제를 부착해 이곳에 쓰레기가 달라붙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궤도를 돌며 쓰레기를 수집한 우주선이 대기권으로 들어서면 접시에 붙은 쓰레기는 모두 불타 없어진다. 이 회사는 일본의 한 화학 기업과 손잡고 여기에 이용할 특수 접착제를 개발 중이다. 접착제를 이용하면 로봇팔로는 처리가 힘든 크기 1㎜ 미만의 미세 우주먼지도 제거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애스트로스케일은 4300만달러(약 504억원)의 사업 자금을 모았다. 회사 본부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운영 환경이 좋은 싱가포르에 두고 있지만 우주선은 엔지니어가 많은 일본에서 제작하고 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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