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4일 K뱅크 본인가
은산분리 규제는 그대로
KT 의결권 지분율 4% 묶여
우리은행이 10% 최대주주
"국회 규제완화 서둘러야"
[ 김일규 기자 ]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29일 KT 주도의 K뱅크와 카카오가 이끄는 카카오뱅크에 23년 만에 처음으로 은행업 예비인가를 내주면서 “은행업 혁신을 이끄는 메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혁신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중심의 인터넷은행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금융위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는 14일 정례회의를 열어 K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KT는 다음달 본격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K뱅크를 주도적으로 이끌기 어렵다.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은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은행법의 은산분리 조항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요청에 따라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다섯 건이나 발의돼 있지만 언제 처리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치권도 제대로 된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지만, 정국이 연일 소용돌이치면서 시급한 경제법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대로면 K뱅크의 최대주주(의결권 기준)는 지분 10%를 가진 우리은행이 된다. KT의 보유지분은 8%지만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의결권은 4%까지밖에 행사할 수 없다. 지분 10%씩을 가진 GS리테일, 한화생명보험, 다날 등 K뱅크 다른 주주들도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돼 있어 마찬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기존 은행이라면 은행이 운영하는 인터넷뱅킹과 다를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카카오뱅크가 처한 상황도 다를 바 없다. 아직 금융위에 본인가를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카카오가 아니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대주주가 된다. 비금융주력자인 카카오의 지분은 10%지만 의결권 지분이 4%로 제한되는 반면 금융주력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율은 54%에 이른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국민은행의 의결권 지분도 10%로 카카오보다 많다. 카카오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카카오뱅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가 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존 금융주력자에 은행 면허만 하나 더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법안 처리가 논의되더라도 이른 시일 안에 최종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법안 내용이 상당히 달라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50%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반면 야당 의원들의 법안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34%까지만 늘리는 것으로 하고 있다.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이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인 점을 감안해 특정 주주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만큼만 허용하자는 것이다.
여야의 의견 차이를 고려하면 하루라도 빨리 본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 지적이다. 은산분리 완화 없이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은 추가 증자가 쉽지 않아 영업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혁신과 은행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회가 정치 문제와 별개로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은산분리
은행법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선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말한다. 실제 보유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어 10%까지 가능하지만 4% 초과분은 의결권이 없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이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