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산다는 건] 정권 바뀔 때마다 이삿짐 싸는 통상 공무원

입력 2016-12-04 19:06
상공부에서 외교부로 갔다 다시 산업부로


[ 오형주 기자 ] 최진원 주미대사관 참사관은 20여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4개 부처를 거쳤다. 1994년 행정고시(38회) 합격 후 재정경제원에서 공직을 시작한 최 참사관은 이후 외교통상부로 옮겨 통상직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2013년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자유무역협정(FTA)서비스투자과장을 지내다 2015년 외교부로 복귀했다.

통상 업무를 맡았던 관료 중엔 최 참사관같이 여러 부처를 옮겨 다닌 사례가 적지 않다. 통상 공무원의 ‘대모’로 불리는 유명희 산업부 FTA교섭관(행시 35회)은 공직생활의 절반 이상을 외교통상부에서 보냈다. 유 교섭관은 총무처와 통상산업부 사무관을 거쳐 1998년 외교통상부로 옮겼다. 산업부로 돌아온 것은 15년 만인 2013년이었다.

통상 관료들이 이처럼 과천(통상산업부)과 서울(외교부), 세종(산업부)을 떠돌게 된 것은 통상기능이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외교부와 산업부 사이를 왔다갔다했기 때문이다. 원래 상공부·통상산업부가 맡아온 통상업무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통상부로 이관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조직개편이 단행되면서 다시 산업부에 붙었다.

당시 외교통상부에서 산업부로 건너온 77명 중 현재까지 산업부에 남은 사람은 48명이다. 특히 과장급 이상은 대부분 외교부로 돌아갔다. 국장급 이상 중 남은 사람은 원래 산업부 출신인 유 교섭관을 제외하면 이민철 통상협력심의관(외시 27회) 단 한 명이다.

외교부로 복귀한 직원들 역시 인사 등에서 푸대접을 받았다는 뒷말도 나왔다.

이렇다 보니 산업부 통상라인 직원들은 늘 좌불안석이다. 통상라인의 한 과장은 “국익을 위해 최일선에서 일한다는 보람은 크다”면서도 “산업부에서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어 다음번엔 산업이나 에너지 관련 부서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 후 통상 조직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다. 관가에서는 “외교부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통상이 다시 외교부로 옮겨갈지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