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혼(未婚) 대신 비혼(非婚)

입력 2016-12-04 18:14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


사내 방송에서 미혼 직원들도 얼른 가정을 꾸리라는 덕담을 건넸다가 비서에게 한소리 들었다. 요새는 미혼(未婚) 대신 ‘아닐 비’를 써서 비혼(非婚)이라는 말을 많이 쓴단다. 결혼을 강요하는 것도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미혼은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 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반면 비혼은 경제적 부담을 덜어내고 더욱 자유롭게 살기 원하는 사람들이 ‘혼인할 의사가 없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치는 용어다.

확실히 비혼족의 증가는 사회 보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20대 답변은 2010년 16.9%에서 올해는 6.5%로 줄었다. 반면 ‘결혼은 선택’이란 응답은 같은 기간 35.5%에서 50.4%를 넘어섰다. 세태를 반영하듯 2007년 34만3559건이었던 초혼부부 결혼 건수는 올해는 9월까지 20만6000건으로 대폭 줄었다. 1인 가구 역시 이미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하며 4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흔한 유형이 됐다.

얼마 전 고향 후배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40대 중반인 그도 비혼족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살다 보니 혼자가 편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이 생활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한다. 혼자서 술과 밥도 즐기고, 나홀로 여행도 자주 다닌다고 했다. 반면 작년에 부모님이 모두 암으로 돌아가시니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쓸쓸함과 불안함이 공존한다는 심정도 함께 내비쳤다.

그는 연금보험에 관심이 많았다. 보험업에 종사하는 나에게 궁금한 게 많았던지 질문을 쏟아냈다. “혼자니까 은퇴하면 챙겨줄 사람이 없잖아요. 스스로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이미 30대부터 월급의 30%를 연금으로 내는 등 당당한 은퇴설계를 위해 성실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연금 목표액을 알려주고, 의료비 지출이 점점 늘어날 것을 대비해 건강보험 등 보장자산도 미리 준비해두라고 조언했다. 경제적 기반만 확실하다면 후배는 지금처럼 건전한 취미 생활과 좋은 인간관계 등이 맞물려 혼자서도 즐겁게 살아갈 것 같다. 그런데도 여전히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나의 마음 한쪽에서는 지금이라도 후배가 마음까지 나눌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노후생활에 사랑의 감정을 보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affirmation01@miraeass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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