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열 기자 ] 지난 11월8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예상한 여론조사는 없었다. 한데 결과는 크게 빗나갔다. 트럼프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대선 개표 결과에 이견이 제기돼 위스콘신 등 일부 주에서 재검표한 것은 빗나간 여론조사와 무관치 않다.
지난 4월 치러진 우리나라 총선 여론조사도 여소야대 결과와는 크게 차이가 났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한 여론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인 새누리당을 누르고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여론은 흔히 ‘민주주의 풍향계’라고 한다. 여론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정책의 선호도는 어떠한지, 어떤 정치인을 좋아하는지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실제의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심지어 고의로 왜곡된 결과를 내놓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민주주의 가늠자라고 하는 여론조사는 왜 번번이 빗나가는 걸까?
여론조사의 목적은 모집단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한데 현실적으로 모집단의 생각을 모두 묻기(전수조사)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일부의 생각(표본조사)으로 전체 모집단을 유추한다. 따라서 표본이 왜곡되면 전체도 왜곡된다. 유선전화·휴대전화·설문·이메일 등 조사방법이 다르면 여론의 결과도 달라진다. 질의서 내용에 따라 여론 자체가 크게 뒤바뀌기도 한다. 조사 기관의 보수·진보적 성향에 의해 같은 여론조사에서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다. 응답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실제 속마음과 다른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요인이다. 숨은 표가 많다는 뜻이다. 이른바 ‘통계의 암수’(black figure) 문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