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돌아오는 길에 눈물 흘려"
[ 장진모 기자 ]
조기 퇴진 문제를 국회에 넘긴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수행원을 최소화해서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15분가량 화재 현장을 둘러봤다.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에도 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외부 일정에 나선 것은 35일 만이다.
‘최순실 사태’로 성난 민심을 의식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찾은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큰 재난이 발생할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서문시장은 2012년 대선 직전과 지난해 9월 대구 방문 일정 때 각각 방문하는 등 정치적 고비가 닥칠 때마다 찾았던 곳이다.
박 대통령은 김영오 상인회장과 함께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제가 힘들 때마다 늘 힘을 주셨는데 너무 미안하다”며 “현재 상황에서 여기 오는 것을 많이 고민했는데 도움을 주신 여러분이 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있는데 찾아뵙는 게 인간적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정연국 대변인이 전했다. 정 대변인은 또 “박 대통령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울었다”고 밝혔다.
박사모를 비롯한 일부 시민이 “박근혜 힘내라”며 박수를 친 반면 상당수 상인은 박 대통령의 ‘15분 방문’에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한 시장 상인이 “현장만 한 번 돌아보고 갈 거면 뭐하러 왔느냐. 아픈 가슴을 헤아리고 힘내라고 말 한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외치자 주변에서 “옳소”라는 응원이 쏟아졌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