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프로젝트' 사우디 국가사업 됐다

입력 2016-12-01 17:38
현대중공업·아람코 합작조선소 '킹살만 조선산업단지'로 명명

살만 국왕 이름딴 첫 사업…2021년까지 5조원 투자
40년전 주베일항만 모델로…중동지역 수주확대 기대


[ 안대규 기자 ]
현대중공업과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이 추진하는 합작조선소 건립 사업이 사우디 국왕의 지원을 받아 탄력을 받게 됐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오너가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34)는 해외에서도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지난달 29일(한국시간) 합작조선소 예정 부지인 라스알헤어 지역을 방문해 왕족과 정부 및 업계 관계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킹 살만 조선산업단지 선포행사’를 열었다고 1일 발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왕이 직접 챙길 정도로 중요한 국가적 사업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우디 합작조선소 건립은 살만 국왕의 이름을 딴 첫 국가사업으로 2021년까지 약 5조원이 투입된다. 아람코와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리, 현대중공업이 합작해 세우는 이 조선소는 약 500만㎡(150만평) 규모로 지어지며 일반 상선과 해양플랜트 건조는 물론 선박수리도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선박해양영업부문을 맡고 있는 정 전무는 2015년 11월 아람코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사우디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정 전무에게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남다르다. 조부인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곳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그룹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아산은 40년 전인 1976년 단일 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공사비가 당시 대한민국 예산의 50%에 육박하던 주베일항만 공사 입찰에 도전해 세계적인 건설사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정 전무는 “40년 전 현대그룹이 사우디 국가적 사업으로 파드 국왕 이름을 딴 주베일항만의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그룹 성장은 물론 사우디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을 본보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합작조선소가 건립되면 중동지역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해외 영업을 주도하며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JECKU)에 참석해 일본과 중국 조선사 대표들과 면담했고 9월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위한 협력합의서에 직접 서명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3월부터 6개 회사로 분사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된다.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일각에선 정기선 전무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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