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노동시장 유연화에 나섰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다. 중국 노동부가 노동 유연성 제고방안에 관해 학계 법조계 기업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한다. 2008년 발효된 신노동계약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다. 노동자 권리와 해고요건을 대폭 강화했지만 고용 창출이 어려워지고 구조조정도 지연시켰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 속도 제한, 기업의 각종 사회보장 보험료 부담 경감 등의 친기업 정책도 내놨다. 노동비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레이거노믹스를 따라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중국을 보면 자연스레 한국의 잔뜩 경직된 노동시장이 오버랩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조차 노동개혁에 팔을 걷었는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노동개혁은 아예 공염불이다. 파견법만 고쳐도 55세 이상 일자리가 9만개 생긴다는데 야권과 노동계는 철저히 외면했다. 그러니 망할 게 뻔한 자영업자만 꾸역꾸역 늘어난다. 내년 실업률이 3.9%로 2001년(4.0%) 후 최고라는 전망이지만 조선·해운 등의 구조조정 충격은 본격화하지도 않았다. 설상가상 청년백수가 100만명이란 현실에는 한숨만 나온다.
왜 이 지경인지는 본란에서 누차 지적한 대로다. 노동생산성은 한참 뒤지는데 노동비용은 되레 선진국을 앞지를 정도다. 정규직 과보호와 강성노조의 득세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부익부 빈익빈은 극에 달했다. 허울 좋은 경제민주화로 고용을 봉쇄하고, 법인세 인상으로 있는 기업들마저 쫓아낼 판이다. 그러고도 청년들에겐 선심 쓰듯 청년수당으로 유혹하는 게 이 나라 정치인들이다.
일자리 고민은 세계가 공통이고 좌우 이념이 따로 없다. 유럽에선 노동개혁을 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경제상황과 일자리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특히 독일은 좌파정권이 노동개혁을 단행하고 우파정권이 계승해 실업률(6.0%)이 사상 최저다. 일본은 아무리 경기침체라 해도 대졸 일자리가 넘쳐난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는 감세와 규제완화로 연 3~4%의 성장을 이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유독 한국만 경제가 추락하는데 노동시장은 화석처럼 굳어가고 있다. 정치가 한국을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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