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부리다가 애원하는 도로의 무법자'…새벽 출근길 음주단속 44명 적발

입력 2016-12-01 11:25
수정 2016-12-01 14:22
"연말 택시 등 모든차량 단속"





"아니 경찰관님, 정말 딱 소주 한 잔밖에 안 마셨다니까요."(40대 김모씨)
"선생님, 그러셔도 소용 없습니다. 음주 측정기에 숨을 불어 주세요."(단속 경찰관)
"한 번만 봐주세요."(김씨)



1일 오전 5시 서울 광진구 자양초등학교 앞. 경찰이 예고 없이 새벽 출근길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취객들은 음주 측정 자체를 거부하다 나중엔 선처해달라며 애걸을 했다. 경찰의 정거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경찰에 시비를 거는 취중 운전자들도 있었다.

오전 5시45분께 대학생 박모씨(22)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친구를 뒤에 태우고 125cc 카빙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적발됐다. 그는 단속 중인 경찰관이 측정기를 불어보라고 하자 입을 대는 척하면서 갑자기 가속장치를 당겼다. 경찰관 두 명이 즉시 양쪽에서 이씨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박씨는 1m도 채 가지 못하고 제지당했다. 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박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노래방에 있었다"면서 음주 측정기에 숨을 제대로 불어넣지 않거나 측정기 입구를 빠는 식으로 다섯 차례나 버텼다. 고화석 광진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위가 "한 번 더 측정에 성실히 응하지 않으면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하겠다"고 하자 측정에 응했다. 박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4%로 면허 취소 대상에 속했다. 그는 음주 운전이 확인된 후에도 15분간 현장에서 난동을 피웠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서울 음주운전 취약지역 62곳에서 불시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해 44명을 붙잡았다. 29명은 면허 정지, 14명은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1명은 혈액 채취를 통한 음주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 각종 모임이 늘면서 새벽이나 밤 시간대의 음주 운전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오전 5시5분께 강남순환도로 관악IC에서 금천IC로 차를 몰던 운전자가 대피소 앞 옹벽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였다. 이날 강남순환도로 출·입구 8곳에서 음주단속을 한 경찰은 면허취소 2건, 면허정지 2건을 적발했다.

경찰은 이날 오토바이부터 화물차, 시내버스 등 주행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음주 측정을 실시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 택시 등 사업용 차량도 예외 없이 단속하겠다"며 "야간 음주단속과 함께 출근길, 주간 단속을 불시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규/마지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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