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4월말 사퇴 밝혀야
임기단축 개헌은 명분 없어
여야협상 결렬땐 9일 탄핵 표결"
청와대 "개헌 상관없이 국회 뜻 따를것"
[ 김채연/장진모 기자 ]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시한을 내년 4월 말로 제시하고 여야 간 협상을 촉구했다. 여야 간 협상이 결렬되면 12월9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박계가 중심이 된 비상시국위원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회의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스스로 사퇴 시한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의 입장과 기준에 따라 여야가 협상 결과물을 내놓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사퇴 시점에 대해 “여야를 넘어서 대한민국 원로분들이 말씀하셨듯이 4월 말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협상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며 “정기국회 마지막인 12월9일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비상시국위는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시사한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에 대해 “임기 단축만을 위한 개헌은 명분이 없다”고 못박았다. 당초 비박계에선 대통령 5년 단임제 폐해 극복을 위해 탄핵과 개헌 논의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병국 의원은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 임기단축형 개헌은 맞지 않다. 사건이 마무리된 뒤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시국위는 이와 함께 탄핵 의결정족수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비박계의 탄핵전선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며 “파악한 바로는 탄핵 의결정족수는 분명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 필요한 새누리당 의원 수는 28명이다. 비박계에선 탄핵 찬성 의원 40여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 담화 이후 중립 성향과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10여명이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야 3당이 이날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협상 거부 방침을 밝힘에 따라 12월9일 전까지 여야 합의는 물론 협상조차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여야 협상이 무산되고 야당이 탄핵안 표결을 밀어붙이면 비박계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탄핵안 가결을 장담할 수 없다.
친박계도 이날 비박계의 탄핵안 추진 철회를 조건으로 즉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비상시국위를 해체하고 탄핵 얘기를 당내에서 더 이상 하면 안 된다”며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면 지도부는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에 들어가면 지도부는 사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에서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한 것이냐’는 질문에 “개헌이든 아니든 국회가 결정하면 그 결정과 절차에 따르겠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지간에 여야 합의에 의해 결정한 사안에 대해 수용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여야 합의로 퇴진 시기를 정해주면 군말 없이 물러나겠다는 취지가 아니겠느냐. 사실상 하야를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우리로서는 개헌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것이 조기 퇴진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 않냐”며 “박 대통령의 거취를 국회에 백지위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김채연/장진모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