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 점퍼 걸쳐주는 등
부축 도운 청년에 감사인사
CCTV 확인해보니 뺑소니범
[ 박상용 기자 ] 지난 26일 오전 8시께 경기 평택시 서정동의 한 아파트. 직장인 유모씨는 ‘어머니가 아파트 단지 내 과속방지턱에 쓰러져 있다’는 이웃의 전화를 받았다. 황급히 나가 보니 유씨의 어머니 이모씨(81)가 강모씨(29)를 비롯한 몇몇 사람에 둘러싸인 채 쓰러져 있었다.
강씨는 이씨에게 자신의 점퍼를 걸쳐주기도 했다. 유씨에게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고 현장을 떠난 그 청년은 알고 보니 뺑소니범이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30일 강씨를 뺑소니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벤츠 차량을 무면허 상태에서 운행하다 사고를 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강씨는 지난 8월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강씨는 차량을 후진하다 지나가던 이씨를 쳤다. 넘어진 이씨는 보도블록에 머리를 부딪혀 뇌출혈 증세를 보였다. 응급조치가 필요했는데도 강씨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강씨의 가족이 도착할 때까지 이씨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탓에 이씨는 의식불명 상태다.
사고 다음날 현장 인근의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피해자 가족은 강씨뿐만 아니라 강씨 가족의 행동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강씨의 연락을 받고 온 가족이 차 사고라는 점을 몰랐을 리 없다”며 “어머니를 친 뺑소니범에게 고맙다고 말한 것을 생각하면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 가족이 사고를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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