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사장단 회의서 '변화' 강조…의혹은 '일체 함구'

입력 2016-11-30 17:14
수정 2016-11-30 17:23
1년만의 롯데 사장단 회의…"변화만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답"


[ 오정민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1년 만에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변화만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답"이라며 변화를 주문했다.

신 회장은 지난 10월 발표한 준법경영위원회·질적 성장·정책본부 개편·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쇄신안의 실행에 대해 사장단에 강조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와의 연루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

신 회장은 30일 오후 2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새롭게 변해야만 한다는 자기반성을 가슴에 품고 이 자리에 서 있다"며 "롯데그룹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주역의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란 구절을 인용했다.

신 회장은 "변화만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답"이라며 "관행과 관습에 젖어있는 생각부터 뜯어 고치고, 회사의 문화와 제도 그리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당장 바뀌지 않으면 우리 그룹의 미래는 없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근 롯데그룹은 국민과 여론으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다"며 "질적 성장 강조는 이같은 결과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반성의 표시임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변수 등 어려운 경제환경을 언급하며 내실 및 질적 경영, 경영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내 경기 저성장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경제 환경이 어렵다는 진단이다.

꾸준히 강조한 온·오프라인 연계(O2O) 등 온라인 사업에 속도를 낼 것도 재차 주문했다.

신 회장은 "IT(정보기술) 혁명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라며 "환경 변화에 대응해 그룹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꿔야할지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보여주기식 경영은 안된다"며 "성과를 자랑하는 대신 내실을 다지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철저한 피드백을 통해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성공모델 발굴을 위한 발상의 전환, 사회구조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이어 신 회장은 롯데그룹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미래를 위한 당부로 발언을 마무리지었다.

그는 롯데그룹의 역사에 대해 "시련과 좌절도 많았지만 보람과 성취도 많았다"며 "지나간 50년을 거울 삼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100년 기업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날 사장단 회의 개최 직전인 오후 1시52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양복을 착용했으나 출근할 때와 같이 넥타이를 매지 않은 비교적 편안한 차림이었다.

신 회장은 뇌물죄 혐의 및 면세점 특허(사업권) 관련 의혹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대해서는 굳은 표정으로 일체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회의장으로 걸어들어갔다. 다음달 6일 열리는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 참석 일정을 앞두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신 회장에 앞서 회의장에 입장한 계열사 사장들도 뇌물죄 혐의 등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소진세 롯데 그룹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은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선 말할 게 없다"며 "내년 경영은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면세점은 국가적 사업이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특허 획득을 위해)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은 기업공개(IPO) 계획에 대한 질문에 "내년 상반기 여건이 마련된다면 되는대로 상장하겠다"고 답변했다.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는 통상 매년 상·하반기에 열렸지만 올해는 검찰 수사 등으로 상반기 회의를 건너뛰고 이날 1년여 만에 열리게 됐다.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 및 롯데정책본부 임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국내외 경영상황 및 내년도 전망, 그룹 경영계획 등이 논의됐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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