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가 미래다] '죽음의 계곡'서 VC 투자받은 브릴리언츠, 올매출 100억 눈앞

입력 2016-11-30 16:43
수정 2016-11-30 16:44
펄어비스도 벤처자금 유치 후 '검은사막' 게임 개발해 매출 291억


[ 김태호 기자 ] 경기 판교 유스페이스 빌딩에 있는 KTB네트워크 엑셀레이터 센터. 여기에 입주한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인 브릴리언츠 직원들은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신용카드, 포인트카드 등의 기능을 하나의 카드에 담아낸 ‘스마트카드’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서다. 개발 인력들은 실제 카드와 비슷한 크기로 스마트카드를 만들기 위해 기술적 결함을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마케팅 인력은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여러 기업을 만나러 다닌다.

배재훈 브릴리언츠 대표는 “2013년 실리콘밸리 출장 때 얻은 아이디어를 3년 만에 구현했다”며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이 아이디어는 사장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VC 자금 덕분에 ‘죽음의 계곡’ 이겨내

스타트업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매출을 내기 전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벤처업계에서는 이 시기를 ‘죽음의 계곡’이라 부른다. 브릴리언츠는 초기 단계부터 벤처캐피털(VC)의 도움을 받아 이 시기를 견뎌냈다. 이 회사가 KTB네트워크 엑셀레이터 센터에 입주한 시점은 2012년. 저렴한 임대료에 KTB네트워크의 경영 컨설팅도 받을 수 있어 선택했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모바일게임 업체 썸에이지 등이 이곳 출신이다. 브릴리언츠는 지난해 KTB네트워크와 LB인베스트먼트에서 20억원씩 투자받았다. 이 돈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개발 인력 채용과 생산장비 구매 등에 사용됐다.

전국의 피트니스 센터를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업인 TLX도 VC의 도움을 받아 기존 B2B 모델에서 B2C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회사의 상품은 TLX PASS라는 앱(응용프로그램)이다. 소비자가 TLX PASS에 가입하면 TLX에 제휴된 전국 피트니스 센터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집 근처 헬스장과 회사 인근 요가센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제휴를 맺은 스포츠센터는 2521개에 달한다. TLX 역시 LB인베스트먼트와 원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유치한 50억원을 활용해 앱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올해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처기업 2배 성장시키는 VC 자금

국내 최대 VC 출자기관인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는 중소기업진흥공단, 특허청,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각 VC가 조성하는 벤처펀드에 투자한다. VC는 이 자금 외에 연기금, 보험사 등 민간 출자자들의 자금을 추가로 끌어모아 펀드를 결성한다. 현재 이렇게 조성된 VC 펀드 규모는 17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실적은 우수하다. 올해 모태펀드의 자금이 들어간 벤처기업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낸 곳은 모바일 게임업체 펄어비스와 바이오업체 제노포커스다. 펄어비스는 벤처자금을 유치한 뒤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을 개발해 1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올해 1~6월에 매출 291억원에 영업이익 235억원을 냈다.

의약품 제조업체인 제노포커스 역시 2013년에는 매출 24억원에 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자그마한 회사였다. 하지만 70억원 안팎의 VC 투자를 받은 뒤 몸집이 크게 불었다. 올해 1~6월에만 매출 33억원에 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지난해 VC의 투자를 받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VC 투자 직후와 상장 당시 평균 기업가치를 비교한 결과 평균 1.9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투자 당시 평균 830억원이었던 기업가치는 IPO 당시 1595억원으로 뛰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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