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5% 뭉치면 퇴진… ‘체노워스 법칙’ 한국서도 통했다

입력 2016-11-29 14:41


(임현우 정치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가 정한 일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에서도 이른바 ‘3.5%의 법칙’이 통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는 국민의 3.5%(약 180만명)를 넘는 190만명(주최 측 추산·전국 기준)이 평화적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 법칙은 에리카 체노워스 미국 덴버대 정치학과 교수가 2012년 ‘시민 저항 운동이 통하는 이유(Why Civil Resistance Works)’라는 저서에서 언급한 것이다. 전체 인구의 3.5%가 비폭력 시위에 나서면 정권이 버틸 수 없다는 내용이다.

체노워스 교수가 1900년부터 2006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모든 형태의 반정부 시위를 분석한 결과 비폭력 시위의 성공 가능성은 폭력 시위보다 두 배 높았다. 그는 정권의 변화를 모색한 200여건의 폭력 혁명과 100여건의 비폭력 저항을 분석했는데, 폭력적 방식은 26%가 성공한 반면 비폭력 방식은 53%가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6년 필리핀 마르코스 정권을 붕괴시켰던 ‘피플 파워’와 2000년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비폭력 저항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체노워스 교수는 2013년 11월 TED 강연에서도 이런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동영상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YJSehRlU34w)

물론 이 주장에 대해 “나라별로 상황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거세지는 ‘촛불 민심’ 사이에서 그의 이론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체노워스 교수는 3.5%가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힘은 ‘사람들이 지닌 힘, 그 자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모이고 참여하는 행위 자체가 정치를 바꾸는 동력이 된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비폭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폭력 시위와 달리 비폭력 시위는 성별, 지역, 나이, 인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하기 때문에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다. (끝) /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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