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해운업 지독한 불황에도 나홀로 성장한 비결은

입력 2016-11-27 20:56
해운사 7곳 중 6곳 매출 감소

법정관리 졸업 후 신뢰 회복
화주들 주문량 꾸준히 늘려
선대도 170여척에서 202척으로
곡물유통사업 하림과 시너지

이익은 제자리…수익 확보 관건


[ 정지은 기자 ]
전 세계적으로 해운업황이 침체되면서 국내 해운운송 업체의 매출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장된 국내 해운업체 7곳 중 6곳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다. 이 와중에 단 한 곳만이 ‘나홀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받다가 지난해 7월 하림그룹 계열사가 된 팬오션이다.

27일 한국경제신문이 상장된 국내 해운업체 7곳(한진해운 현대상선 팬오션 SK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대한해운)의 올 1~9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동기(14조9896억원)보다 22.6% 감소한 11조6011억원에 그쳤다. 팬오션을 제외한 6곳의 매출이 모두 떨어지면서 전체 매출 규모도 줄었다. 감소 폭은 지난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32.4%로 가장 높았다. 현대상선과 SK해운은 24.7%, 21.1%씩 감소했다. 대한해운(7.2%)과 장금상선(5%) 흥아해운(2%)도 소폭 하락했다.

팬오션의 올 1~9월 매출은 1조36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072억원)보다 4.1% 증가했다.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증가세를 나타낸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팬오션의 매출 성장 요인은 리스크가 줄어든데 따른 화주들의 주문량 증가가 첫 손에 꼽힌다. STX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팬오션은 2013년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하림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롭게 출발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법정관리 때 ‘털고 갈 것은 다 털었다’는 측면에서 화주들의 신용도가 회복된 것 같다”며 “물동량이 꾸준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물동량 증가에 따라 선대(선단 규모·상시 운영 기준)도 지난해 6월 170여척에서 202척으로 18.8% 증가했다.


법정관리 때 불리한 장기용선 계약을 정리해 잠재적인 부실 위험을 없앤 것도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해운사들이 시황이 좋을 때 비싼 용선료를 내고 장기 계약한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다르다.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가 오른 것도 팬오션에 호재다. BDI는 지난 2월 290까지 바닥을 쳤다가 1181(25일 기준)까지 회복됐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벌크선 운임을 좋게 받을 수 있다. 전체 사업에서 벌크선 비중이 80.3%에 달하는 팬오션에 유리하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곡물유통사업도 매출에 기여했다. 팬오션은 해운 기반을 활용해 곡물을 조달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곡물 수요기반을 보유한 하껐?시너지를 내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길게 잡아도 10년 뒤면 세계 곡물 시장에서 카길 다음가는 회사로 팬오션을 키울 것”이라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팬오션은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팬오션의 올 1~9월 영업이익은 11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736억원)에 못 미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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