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완호 고려도토 대표
"세제 잔류 걱정 없어"
[ 이우상 기자 ]
열에 견디는 내열성, 담긴 내용물을 흡수하지 않는 성질인 비흡수성. 이 두 가지 특성은 도자기 업계에서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로 불린다. 열에 잘 견디도록 하면 흡수성이 강해지고, 흡수하지 않도록 하면 열에 약해진다. 방법을 학계에 물어도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10년을 매달리니 그 어렵다는 두 마리 토끼가 잡히더군요.” 손완호 고려도토 대표가 ‘깨끗한 뚝배기’(깨뚝)를 두드리며 웃었다. 탁한 소리 대신 도자기에서 나는 맑은 소리가 났다. 깨뚝은 지난 5월 한국세라믹기술원으로부터 흡수율 0%라는 공식 인증을 받았다. “갈비탕 삼계탕 등 우리 대표 음식을 위생 걱정 없이 안전하고 깨끗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 잡는 데 10년
보통 뚝배기를 씻을 때 세제 대신 쌀뜨물이나 베이킹소다를 쓴다. 뚝배기 표면에 난 무수한 구멍 때문이다. 이런 구멍이 장을 담글 때는 발효를 돕지만 음식을 끓여먹는 데는 단점이 홱? 세제나 남은 음식물이 구멍으로 스며든다. 틈새에서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 일반 뚝배기 흡수율은 1~5% 정도다.
1986년 설립된 고려도토는 도자기를 굽는 데 필요한 흙(도토)을 전문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2000년대 초 업계에서 흡수율 0%이면서도 열에 강한 뚝배기의 재료가 될 수 있는 흙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음식점에서 뚝배기 관리를 소홀히 해 위생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 뚝배기 시장이 포화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도 필요했다.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덥석 달려들었지만 이런 흙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흙이 될 새로운 배합과 원료를 찾는 데만 7년이 걸렸다.
흙을 만들고 나니 유약이 말썽이었다. 가열 중 발라놓은 유약이 갈라지거나 찢어졌다. 새로운 흙과 기존 유약이 팽창하는 속도가 서로 다른 탓이었다. 지난해 7월에야 새로운 흙에 사용할 수 있는 유약을 찾아냈다. 그런데 10년 전에 주문했던 업체들이 말을 바꿨다. 수배 이상 오른 가격 때문이었다. 손 대표는 “거래처가 없어졌다고 10년의 결과물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깨뚝은 도자기 흙만 만들던 고려도토가 처음으로 제작한 그릇”이라고 설명했다.
◆가스비 아껴주는 뚝배기
업소용 깨뚝은 지난 2월에, 가정용 깨뚝은 6월에 내놨다. 올해에만 8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매달 주문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위생상 우수해도 경제성이 떨어지면 음식점에서 쓰기 어렵다. 손 대표는 “깨뚝 수명이 기존 업소용 뚝배기보다 6배 이상 더 길다 보니 깨뚝이 2~3배 더 비싸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열을 전달하는 속도가 빨라 연료비용을 21% 정도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손 대표는 “깨뚝을 사용하는 음식점이 늘어나 뚝배기 음식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며 “깨뚝을 쓰는 음식점에는 인증 스티커를 배포해 손님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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