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역사 국정교과서 사실상 철회

입력 2016-11-25 18:00
수정 2016-11-26 05:28
편찬기준 첫 공개
내년 3월 '의무 채택' 안 해
예정대로 28일 초안은 공개

청와대 "국정화 기조 유지" 엇박자


[ 임기훈 기자 ]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했다. 예정대로 오는 28일 현장검토본은 공개하되 거센 반대 여론을 고려해 내년 3월 중·고교에 무조건 적용하기로 한 일정은 백지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국정 및 검정교과서 혼용 방안과 학교 현장 적용 시기 변경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 출석해 “28일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들은 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의 발언은 내년 3월 국정 역사교과서를 일선 학교에 배포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포기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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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청와대 의지에도 철회를 선택한 까닭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여파로 풀이된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최순실 교과서’로 불리?등 각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국정화 추진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세 가지 정도의 ‘출구전략’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국정 역사교과서를 내년부터 발행하되 현행 검인정 역사교과서 체제와 병행하면서 일선 학교가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와 역사교사들이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국정교과서가 선택될 가능성은 낮다. 현장 적용 시점을 2018년 3월로 1년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검토본 발표 이후 여론 수렴 기간에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국정화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날 교문위에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을 제출했다. 논란이 된 건국절에 대한 구체적 명시는 없었다. 다만 ‘유엔의 결의에 따른 5·10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립되고’라는 집필 기준을 제시해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이 세워진 날로 봐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논리를 수용했다. ‘6·25전쟁이 북한의 불법 기습남침으로 일어났다’는 기준을 적용해 북한의 침략 사실을 명확히 서술하도록 했다. ‘5·16 군사 정변’이라는 기존 표현은 그대로 사용했다.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고 핵과 인권 문제 등의 심각성을 서술하도록 기준을 제시했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등 군사 도발도 피해상과 함께 쓰도록 했다.

청와대는 교육부와 달리 국정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교육부로부터 재검토 방침을 건의받은 것은 없다”며 “큰 변화 없이 그대로 간다는 기조”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존폐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지난 23일 교문위 법안소위를 시작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 법안’을 심사 중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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