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1%·2%·1조달러…내년 증시 '4대 키워드'에 달렸다

입력 2016-11-23 19:03
14개 증권사 코스피 전망

최상단 2200~2350 수준 제시
기업 현금 늘어 배당 확대 기대

미국 등 주요국 재정 확대 '긍정적'
트럼프 보호무역 정책은 걸림돌


[ 김진성 기자 ]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 100조원, 미국 기준금리 1%, 미국 물가상승률 2%, 미국 인프라 투자 1조달러.’

전문가들이 꼽는 내년 국내 증시를 좌우할 ‘4대 키워드’다. 이들 키워드가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향방이 갈린다는 얘기다. 4대 키워드가 기준 수치를 모두 넘기면 코스피지수가 2200을 초과하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순이익 100조원 시대 안착?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14개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지수 최상단 전망치를 2200~2350으로 제시했다. 최하단은 1860~2000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순이익 100조원 시대’로 요약될 수 있는 상장사 순이익 개선 흐름이 최상단 전망치의 주요 근거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89조원이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순이익(추정치가 존재하는 640개 기업 기준·전체 시가총액의 96% 차지) 총합은 올해 102조원, 내년 114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부실기업이 퇴출돼 적자 규모가 줄었고 생존 기업들은 이익을 늘렸다”며 “소재·산업재 등 경기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순이익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 성장으로 보유 현금이 늘어난 기업들이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설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8조4000억원이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배당금(추정치가 존재하는 328개 기업 기준) 규모는 올해 22조2000억원, 내년 23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코스피지수 상승세에 한층 더 힘이 붙을 전망이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0.4%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주요 물가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목표치인 2%에 도달하면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프라 투자에 1조달러를 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어떻게 이행될지도 중요 변수다.

◆美 금리 1% 시점에 ‘촉각’

미국 Fed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지만 이후 전망은 불확실하다. 수출 활성화를 원하는 트럼프 당선자로선 신속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는 반길 만한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 전망보다 내년 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0.25~0.5%로 앞으로 두 차례의 인상이 이뤄지면 1%대가 될 전망이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은 지금의 양적완화를 당분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인상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 이후 전망치를 내놓은 국내 6개 증권사 중 5곳이 코스피지수 최상단을 2200대로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초 코스피지수가 장기적으로 박스권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 대선 이후 국내 기업들의 수출환경 악화 가능성을 반영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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