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 학술대회]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실패는 개혁 대상인 기득권 노조 참여 탓"

입력 2016-11-23 17:32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노사정위원회 폐지해야"


[ 김주완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실패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판단 오류가 낳은 결과물이란 지적이 나왔다.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사적인 이익집단을 참여시키면서 의도하지 못한 이상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3일 ‘추계 경제적 자유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노동개혁과 경제성장’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교수는 “무엇이든지 합의에 의해 결정 가능하다는 이상주의적 접근이 노사정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냈다”며 “노조와 경영자 등 사적 이익집단이 결정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로 나서는 주객전도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노·사·정 합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오히려 높이고 노조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이 합의도 지난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고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면서 폐기됐다.

박 교수는 “한국의 노동법은 취업한 근로자에게는 매우 유리하고 직장을 찾고 있는 미래의 근로자에겐 매우 불리하다”며 “기득권愍?노조원에게 노동개혁에 동의하라는 것은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노·사·정 합의가 아니라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노동개혁으로 꼽히는 독일의 하르츠개혁은 물론 올해 초 프랑스의 노동개혁도 노동계 인사가 없는 회의체에서 추진돼 결실을 맺었다.

박 교수는 “정치적으로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하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18년간 노사정위원회의 운영 결과”라며 노사정위원회 폐지를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노동개혁 4개 법안 중 3개 법안은 노동비용을 늘리고 파견 가능 업무도 제한해 개혁법안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단축, 실업급여와 산재 인정 범위 확대,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의 뿌리산업 파견 허용 등이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입법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법안심사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박 교수는 대신 ‘파업 중 대체근로 인정’ ‘모든 업종의 파견 허용’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파업 중 대체 근로가 허용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파견 근로도 주차장관리원 등 32개 일부 업종에 한정돼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03년 제조업에도 파견을 허용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