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오리온…식품기업 잇단 지주사 전환

입력 2016-11-23 05:15
크라운제과·샘표식품 이어
오너가 자회사 지배권 강화
내년 7월 '전환 장벽' 높아져


[ 강영연/노정동/김익환 기자 ] 식품회사들이 잇따라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22일 하루만 해도 오리온과 매일유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공시했다. 앞서 크라운해태제과와 샘표식품도 지주회사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1000억원인 지주회사 자산 요건이 내년 7월부터 5000억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세제 혜택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절세와 경영권 강화 목적

오리온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회사를 지주사(오리온홀딩스)와 음식료사업회사(오리온)로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결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분할비율은 0.34 대 0.66이며 분할 기일은 내년 6월1일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경영 효율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지주사는 현물출자 등을 거쳐 지주사 요건을 충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오너들은 기업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지주사는 상장 회사의 20%,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 40%를 보유해야 한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오너들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내주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아오는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비용 부담 없이 오너 가족의 지주회사 지배력이 강화된다.

이날 지주회사 계획을 밝힌 매일유업도 비슷하다. 지배주주 지배력이 강화되고 향후 경영권 승계를 쉽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김정완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이 51%다. 매일유업은 제로투세븐 등 14개 연결종속회사를 갖고 있는데 이 회사들에 대한 오너 가족의 지분은 분산돼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 자회사에 대한 오너 가족의 지배력도 커진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주어지는 세제 혜택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주식을 교환할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는 주식을 매각할 때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 조세특례제한법이 규정한 이 조항에 대해 야당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7월 지주사 자산기준 강화

샘표식품은 지주회사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전환을 결정했다. 내년 7월부터 공정거래법을 적용받는 지주회사의 자산 기준이 현행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높아진다. 지난 7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샘표식품의 자산 규모는 지난 3분기 기준으로 1954억원이다. 내년 7월 이후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자산을 3000억원 이상 늘려야 한다. 샘표는 자사주를 활용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분할될 경우 지주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있는 자회사 지분으로 전환돼 자회사의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샘표는 2012년 우리투자증권 사모펀드 ‘마르스 1호’와 경영권 분쟁 당시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인 자사주 30%를 갖고 있었다. 샘표식품이 지주사인 샘표와 사업회사인 샘표식품으로 분리되면서 주식 교환 비율에 따라 30%의 자사주 중 상당수가 지주사로 넘어갔고, 지주사는 자사주가 아니라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오너 가족은 지주사를 통해 계열사 지배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올 들어 내리막길을 걷던 오리온과 매일유업 주가가 지주사 전환 발표로 상승 동력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샘표 등 올 들어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회사들은 지배구조가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가 상승했다.

강영연/노정동/김익환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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