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 산업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중국이 지난해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반도체다. 2307억달러(약 271조원)에 이른다. 뒤를 잇는 원유(1344억달러), 철광석(577억달러), 곡물(467억달러)의 수입액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한국이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반도체(627억달러)다. 1996년 이후 20년 동안 14번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전자제품을 팔아서 번 돈을 한국 반도체 사오느라 쓰고 있는 셈이다.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2014년 1387억위안(약 24조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만들어 토종 반도체 업체 육성에 힘을 쏟는 이유다.
지난달 28일부터 ‘반도체 판이 바뀐다’ 시리즈를 7회에 걸쳐 취재하면서 기자는 반도체가 갖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반도체산업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누는 프레임이 무의미했다. 공장 하나에 10조원 넘게 들어가는 투자를 중소기업이 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메모리반도체 업체를 발판 삼아 수백 개 장비 및 소재업체가 각 분야의 세계 최고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시장은 격변을 맞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물결을 업고 시장이 커지는가 하면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이의 벽이 허물어진 시장에서 생존을 건 진검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론이 만만치 않지만 언제든 위기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새삼 정부가 제대로 밀어줘야 한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내년 반도체산업과 관련한 정부 지원예산이 422억원으로 추격해오는 중국과 비교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는 얘기도 굳이 꺼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엔지니어의 창의와 기업가의 열정으로 성장해온 산업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잘해 왔고 앞으로 잘해 가야 할 산업을 지키고 육성하려면 반도체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필요하다.
‘반도체를 아시는지’란 물음은 기자 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반도체의 중요성을 더 많은 독자에게 알리고 싶다. 반도체를 연구하고 해당 업계에서 일하는 인력의 저변이 확대되길 바라서다. 반도체를 아시는지.
노경목 산업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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