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실적 올린 전문 경영인에 성과급 100억…오너처럼 일하게 만든 MBK의 '경영 수완'

입력 2016-11-21 17:54
사모펀드의 경영노하우 탐구 (2) MBK의 코웨이 인수

영업관련 인사고과 비효율 제거…'친환경 렌탈' 분야에 집중
실력 검증된 CEO·CFO 영입…직원 성과급도 매년 올려
PEF·경영진, 집단지도체제로…협력·견제 속 신속한 의사결정


[ 좌동욱 / 이동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21일 오후 4시21분

국내 1위 정수기 렌털업체 코웨이(당시 웅진코웨이)가 2012년 웅진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을 때 국내외 기업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코웨이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네 차례나 바뀌고 모기업(웅진홀딩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국내 1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팔렸다. 이후 3년10개월간 코웨이 실적은 수직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2012년 2278억원에서 2015년 463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MBK는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시가 수준에서 코웨이를 팔아도 1조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MBK는 코웨이를 어떻게 바꾼 걸까.


◆기본기에 집중

MBK가 코웨이에서 가장 먼저 뜯어고친 건 핵심성과지표(KPI)다. MBK가 코웨이 지분 30.9%를 넘겨받은 건 2013년 1월2일. MBK는 두 달 전인 2012년 11월부터 코웨이와 공동으로 KPI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개편 작업은 3개월 동안 지속됐다.

임직원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인 KPI는 웅진그룹 시절엔 참고만 하던 자료였다. 대부분 코웨이 직원은 쓸데없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편된 KPI로 인사평가를 시행했더니 그동안 쌓여 있던 비효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대표적 사례가 영업 임직원의 KPI 항목에 렌털 계정 순증 지표를 새로 도입한 것이다. 기존엔 영업 실적을 주로 판매량으로만 평가했다. 단기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제품을 판매한 뒤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렌털 계정 순증 지표는 렌털 판매 증가량에서 렌털 해지 고객 수를 차감한 지표다. 해지 고객이 발생하면 개인 영업 실적이 차감되는 구조다. 영업 현장은 새로운 지표에 즉각 반응했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을 판매한 후 폐기하는 비용(렌털자산폐기손실)이 2012년 598억원에서 2013년 388억원으로 35%(210억원) 급감했다.

이재호 코웨이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은 “MBK는 인수 후 기존 경영 전략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코웨이가 잘하는 분야(친환경 렌털)에만 주력했다”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성과 평가와 의사결정 체계 합리화 등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기본 시스템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임직원의 사소한 의사 결정 하나하나에 합리성이 부여되자 실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확실한 성과보상 체계

임원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하다. 지난달 말 선임된 이해선 사장은 MBK가 세 번째 선임한 CEO(최고경영자)다. 실력이 검증된 CEO와 CFO는 두고두고 활용한다.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할 때도 다양한 조직에서 검증받은 경영진을 선호한다. 조직 적응 과정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다. 2013년 영입된 이재호 부사장은 아서앤더슨에서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유엔 재무팀, 삼성증권 M&A 팀장, 엔씨소프트 CFO 등 다양한 국내외 조직을 거쳤다. 이해선 사장도 CJ제일제당, CJ오쇼핑 대표를 지낸 베테랑 기업인이다.

성과 보상 시스템도 싹 바꿨다. MBK가 인수한 이후 3년(2013~2015년)간 회사 경영진이 받은 스톡옵션은 총 240만4800주로 직전 3년간(2010~2012년) 받은 35만주의 7배에 달한다. 이해선 사장 이전 코웨이에서 3년간 CEO로 재직한 김동현 전 대표의 사임 직전 스톡옵션 평가 차익만 100억원에 달한다. 직원들의 성과급도 늘었다. 2012년 기본급 대비 평균 120% 수준이던 성과급은 작년 말 192%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과 달리 PEF는 경영진이 오너처럼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며 “그 대표적 PEF가 MBK”라고 말했다.

회사 경영진과 PEF 경영진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도 일반적인 대기업에선 볼 수 없는 조직이다. 코웨이의 이해선 사장과 MBK의 부재훈 대표, 박태현 부사장 등 세 명이 고정 멤버다. 경영진과 PEF가 상호 협력과 견제하는 가운데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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