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손발이 찬 이유

입력 2016-11-20 17:41
장동민 < 하늘땅한의원 원장 >


며칠 전 부부동반으로 후배와 저녁 식사를 할 때였다. 후배는 덥다면서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반대로 그의 아내는 식당이 너무 춥다며 무릎담요를 달라고 해서 덮는 것이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 것이 무척이나 추워 보였다. 원래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은 한여름에도 발이 시리다면서 양말을 신고 지내거나 내복을 입는 경우까지 있다. 요새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그 고통이 훨씬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괴롭도록 손발이 시리고 찬 원인 중 단연코 첫 번째는 배가 차가운 경우다. 사람 몸에서 팔다리를 가지로 비유하면, 배는 뿌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뿌리가 되는 배가 차가우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이다. 이는 마치 보일러 화력이 약하면 집의 바깥 부분이 차가운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이런 때는 보일러 화력을 높여줘야 온 집안이 따뜻해진다. 실제 손발을 불에 쬐는 것보다 따뜻한 국물을 먹어 뱃속이 따뜻해지면 그 온기가 저절로 손발까지 전해지는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배가 차가워진 이유도 다양하다.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은 경우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양기가 점점 떨어져 그런 경우도 있다. 또한 과도한 부부관계로 비뇨생식 계통이 약해져서 그러기도 한다. 이때는 소변장애 또는 난임이나 생리불순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예로부터 배탈 설사가 있으면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지지던 것도 다 배를 따뜻하게 해주려는 민간요법이었다. 한의원에서는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한약을 처방하거나 뜸 치료를 해준다.

손발이 시린 두 번째 이유는 손발로 가는 기혈순환이 좋지 않아서다. 말 그대로 연결 라인이 좋지 않아 온기가 끝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 순환을 도와주기 위해 체조나 스트레칭과 같은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비만 등으로 노폐물이 많아져 순환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소위 ‘다이어트’ 자체가 수족냉증의 치료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 밖에 산후조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 ‘산후풍’의 일종으로 수족냉증이 나타나기도 하며, 경추나 요추의 이상으로 팔다리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각종 말초혈관이나 신경장애가 원인일 때도 있고, ‘레이노드 증후군’처럼 까다로운 질환일 때도 있어서, 수족냉증을 해결하려면 먼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동민 < 하늘땅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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