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독일의 실업률은 6%였다. 1990년 동서 통일 이후 최저다. EU 28개국 평균 8.5%(9월)보다 현격히 낮다. 고용자도 4350만명으로 통독 이후 최대다. 독일 정부는 매년 고용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큰소리친다. 각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실업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도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독일의 안정된 고용시장은 부러울 정도다.
불황의 무풍지대처럼 안정된 독일 경제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남·동유럽국의 ‘희생’을 바탕으로 EU 통합 효과를 독차지한다는 혹평도 없지 않았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독일 고용시장의 유별난 호황을 소개하면서 2003년 시행된 하르츠개혁이 지금 결실을 보고 있다는 엊그제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이다. 중도좌파 슈뢰더 정부가 고용의 유연성 강화를 담은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은 노동의 질 저하 같은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개혁 5년 만에 60%대 중반의 고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어디서나 개혁은 고통을 수반한다. 노동개혁을 주도한 사민당의 슈뢰더는 그 여파로 2005년 정권을 내줬다. 하지만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기민당의 메르켈도 이전 정부의 개혁 아젠다를 잘 관리해왔기에 지금 그 결실을 누리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독일만 유일하게 실업률이 떨어진 것은 앞서 제대로 씨를 뿌린 개혁 덕분이다.
노동개혁이 경제를 살려내는 것은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명백히 봤다. 한때 남유럽재정위기국(PIIGS)이라는 불명예 딱지를 떼고 최근 들어 두 나라가 성장·고용에서 혁혁한 성과를 낸 것도 순전히 노동개혁 덕이다. 독일의 안정된 정치, 특히 메르켈 정부의 리더십도 중요한 대목이다. 과감한 개혁, 일관된 추진, 정치적 안정이 경제를 발전시킨다. 유야무야된 한국의 노동개혁과 너무도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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