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4% 수익 가능"…부실채권 탐내는 개미들

입력 2016-11-17 19:04
트럼프노믹스로 주요국 금리 인상 기대

금리 오르면 수익률 높아지는 NPL 시장 관심 커져


[ 이현진 기자 ]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실채권(NPL: Non Performing Loan)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NPL은 일정 기간 이상 이자가 연체된 대출금이나 부도 등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의 대출채권을 뜻한다. ‘트럼프 시대’ 개막으로 주요국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도 함께 높아지는 NPL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이뤄진 NPL펀드 시장에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공모펀드를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운용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NPL 공모펀드, 하루 만에 ‘완판’

17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분야에서 개인 대 개인(P2P) 대출거래를 알선하는 엘리펀드는 지난 16일 4000만원 규모의 ‘NPL P2P 2호’ 펀드를 출시해 하루 만에 자금을 다 모았다. 최소 투자금액 10만원으로 모두 22명이 참여했다. 이 펀드는 전남 진도읍에 있는 다세대주택을 담보로 한 NPL에 투자해 연 14~17.3%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이 회사가 지난 3일 선보인 ‘NPL P2P 1호’ 펀드(서울 역촌동 아파트 담보부 NPL) 역시 24명의 투자자가 참여해 하루 만에 4000만원을 모았다.

엘리펀드는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NPL을 매입한 자산관리회사(AMC)에 투자한다. AMC는 은행이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매각하는 NPL을 사들인 뒤 채무 회수나 담보 처분, 채권 재매각 등으로 수익을 내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엘리펀드 외에도 빅뱅펀드, KTB신용정보의 자회사인 더줌자산관리 등이 이 같은 방식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NPL펀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은행 PB센터 고객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증권사 PB센터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지난 7월25일 개정된 대부업법 시행으로 개인이 직접 NPL에 투자하는 경로가 막히면서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에 유리

지난해 말 기준 전체 NPL 시장 규모는 30조원. 이 가운데 지난 7월 이전까지 개인투자자가 법원 경매를 통해 사들인 NPL은 3조~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공모펀드가 활성화되면 이 수준까지는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추세에 맞춰 그동안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NPL 사모펀드를 굴려온 운용사들도 공모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폐쇄형으로 운용하는 NPL펀드 특성상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는 없었다. KB자산운용은 내년께 공모펀드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삼현 마이애셋자산운용 NPL운용부문 전무도 “개인투자자 수요가 높은 만큼 공모펀드를 내놓기 좋은 여건”이라며 “현재 운용 중인 기관 대상 사모펀드 자금을 70% 이상 소진한 뒤 내년 6월께 출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PL펀드는 금리 인상 시기에 유리한 투자자산으로 꼽힌다. 김임권 현대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나면 펀드는 좀 더 우량한 담보물들을 싼 가격에 편입할 수 있다”며 “NPL 공급량이 늘어나면 펀드 수익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담보부 NPL이더라도 담보물의 매각가가 떨어지거나 매각이 늦어지면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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