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조 vs 6조 시장…국내 유제품업체 '중국 올인'

입력 2016-11-16 19:12
수정 2016-11-17 06:32
"내수론 한계" 중국 공략 속도

매일유업, 모유 8천건 분석…현지 전용분유 신제품 수출
서울우유, 발효유 시장 진출

중국 정부 규제가 최대 변수


[ 강영연 기자 ]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빙그레 등 유제품업체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부터 짜먹는 요구르트 ‘짜요짜요’를 중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매일유업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신제품 분유를 내놨고, 빙그레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유제품업체들이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내수를 통한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2년 5조5000억원이던 한국 유제품 시장은 지난해 6조1000억원으로 3년간 9.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유제품 시장 규모는 3329억위안(약 57조257억원)으로 2012년(2465억위안)보다 35% 커졌다.

◆전용제품·마케팅으로 中 공략

2007년 조제분유 수출을 시작한 매일유업은 지난달부터 ‘매일금전명작’을 업그레이드한 신제품 ‘애사락금전명작’을 수출하고 있다.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서 모?8000여건, 아기똥 9만여건을 분석해 만든 중국 전용 제품이다. 마케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중국에서 처음으로 TV 광고도 시작했다.

2010년 바나나맛우유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한 빙그레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옥외광고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행사도 열고 있다. 매출도 늘고 있다. 빙그레의 중국 매출은 2010년 7억원에서 지난해 120억원으로 급증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올해도 중국 매출이 20% 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짜요짜요로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린 서울우유는 치즈, 가공유 등으로 수출 제품을 늘려갈 계획이다.

업체들은 중국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함에 따라 분유, 우유, 발효유 등의 주요 소비층인 유아동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홍기 빙그레 중국사업팀장은 “중국 유제품 시장은 지금도 크지만 1인당 유제품 소비량, 인구, 식습관 변화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시장 형성 초기부터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中 규제 주의 vs 시장 성장성

중국에 진출할 때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출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해외 유제품 생산업체(품목) 등록제’를 발표하고 살균 온도, 방법 등이 중국과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산 흰우유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작년 7월 수출이 재개될 때까지 1년여 동안 업체들이 수출을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6월에는 분유 수입 규제를 강화했다. 새롭게 추진된 ‘영유아조제분유 제품조제방법 등록관리법’에 따라 기업당 브랜드 3개, 제품은 9개로 제한했다. 중국 업체를 보호하고 해외 업체의 판매를 제한하기 위해서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유제품은 농수산물로 구분돼 규제가 강하지만, 한국 시장은 성장이 사실상 멈췄기 때문에 중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