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베트남의 노란 별

입력 2016-11-15 17:35
수정 2016-11-15 19:47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국기에는 별이나 태양 문양이 많다. 빛과 영광, 영원 …. 설명이 필요없는 만국 공통의 염원일 것이다. 독립 당시 13개였던 미국 성조기의 별은 26차례나 변하는 새 50개로 늘었다. 별의 숫자로는 브라질 국기도 만만찮다. 주를 상징하는 27개 별이 천구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중국 오성홍기의 별은 다섯 개다. 큰별은 공산당, 작은 넷은 노동자 농민 소자본계급 민족자산계급을 상징한다. 남반구의 호주와 뉴질랜드는 나란히 남십자성을 국기에 담았다. 영국기 유니언잭을 좌상단에 공유하는 영연방 국가인 호주는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6개의 별을, 뉴질랜드는 5각형별 4개다. 외견상 비슷해 보여도 그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다. 베트남기는 붉은 바탕에 황금빛 큰별 하나다.

태양으로 보면 일장기나 대만의 청천백일기가 대표적이다. ‘인간 모습의 태양’이라는 ‘5월의 태양’을 담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국기의 태양은 의미 그대로 인간적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삼각형이 나란한 깃발인 네팔 국기에는 태양과 초승달이 공존한다.

남태평양의 팔라우처럼 금빛 보름달도 있지만,국기에는 초승달이 많다. 터키 아제르바이?알제리 모리타니 리비아 튀니지가 그렇다. 이슬람의 종교와 문화가 초승달로 국기에 반영된 나라들이다. 남미국가들의 태양과 비견된다.

베트남의 금성홍기(金星紅旗)가 태극기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한경의 베트남리포트 기획특집(11월15일자 A1면, B1~16면)에 따르면 이곳으로 진출한 한국 기업이 연말이면 6000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1992년 수교 이후 24년 만에 누적 투자금액은 500억달러(약 58조원)에 달한다. 베트남기의 붉은색 바탕은 독립의 피, 노란 별은 황색의 아시아인을 의미하는데, 프랑스 식민통치에 반대할 때 처음 쓰였다. 베트남과 한국은 전쟁을 치른 사이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가까운 사회문화적 인정과 문화를 공유하기도 한다.

교역과 투자 확대는 새로운 우방관계를 만들어냈다. 경제적 협력이 전쟁의 역사까지도 극복하게 한 것이다. 우리 기업의 현지 고용이 70만명을 넘었고, 베트남 수출의 30%를 책임진다니 이상할 것도 없다. 인구의 절반이 30대 미만이고, 대졸 신입사원 월급은 40달러 수준이니 한국 기업이 관심 가질 만도 하다. 근래 중국의 대안으로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교안보 차원으로도 이어지는 ‘중국 리스크’에서 벗어나 ‘탈중국, 입동남아’(脫中國, 入東南亞)로 멀리 인도까지 뻗어나가길 기원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