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고글 '고칠이'가 좋은 스윙 리듬 알려주죠

입력 2016-11-14 18:01
골프 & 비즈

이재희 고칠이 대표


[ 이관우 기자 ] “미국에서도 비슷한 게 많이 개발됐는데 다 실패했다면서 시작도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친구들은 미쳤다고 난리고…. 그래도 오기로 버텼죠.”

골프스윙 교정용 스마트 고글 ‘고칠이(GO72)’를 개발한 이재희 대표(46·사진)에겐 두 개의 명함이 있다. 하나는 욕조가구 전문회사 포바스의 사장, 또 하나는 웨어러블 스마트 고글 브랜드이자 회사명인 고칠이의 대표 명함이다. 그는 요즘 고칠이 대표 명함을 더 살뜰히 챙긴다. 고칠이 개발에 전 재산과 비즈니스 관계 등 모든 것을 건 특별한 경험 때문이다. ‘골프 좋아하더니 결국 미쳤다!’는 비아냥을 들어가며 4년 동안 15억원을 쏟아부어 개발했다. 연매출 50억원쯤 하는 가구회사를 운영해 번 돈 전부였다. 금형을 뜨고 디자인을 고치기 위해 중국행 비행기를 탄 것만 120회. 비행기표 값만 3억원가량이 들어갔다.

“다 완성됐다 싶으면 예상도 못한 오작동이 툭 튀어나오는 등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때마다 진짜 그만두고 싶었는데 고지가 눈앞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멈춰지지 않더라고요.”

워낙 작은 공간(안경테)에 자이로 센서(방향변화감지센서), 레이저 발생기 등 정교한 부품을 빼곡하게 넣다 보니 민감한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 부품 간 상호 전파 간섭 탓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자회로 설계기법을 공부하고 전자, 전파공학 전문가들을 수소문해 찾아다녔다. 한 달간 많게는 15차례나 라운드할 만큼 좋아하던 골프도 접었다. 그는 핸디캡 3의 아마 고수다. 그러다 보니 “PCB(회로기판)를 쓱 보기만 해도 무슨 일을 하는지 감을 잡을 만큼 반전문가가 다 됐다”고 말한다.

고칠이는 한국과 중국에서 특허를 받았고 미국 일본 등에서는 특허심사 중이다. 고칠이의 스윙교정 기능에 주목한 한국프로골프(KPGA)와는 파트너 계약까지 맺었다.

고칠이의 기능과 작동법은 간단하다. 안경처럼 쓴 상태에서 전원을 켠 뒤 어드레스를 위해 고개를 숙이면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하나~둘’이라는 목소리를 내준다. 이 목소리에 맞춰 스윙 리듬, 템포 연습을 하면 된다. 물론 이 리듬을 느리거나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

고글이 쏴주는 레이저빔으로는 퍼팅 연습을 할 수 있다. 레이저가 바닥에 그려주는 빨간 선을 기준으로 목표 방향으로 퍼터를 제대로 스트로크했는지, 머리가 흔들리지 않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에이밍 기능도 있다. 목표 방향으로 선 상태에서 고글 버튼을 한 번 누른 뒤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면 목표와 90도로 섰는지 효과음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좋은 스윙 리듬을 찾고 싶어하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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