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또는 생면부지의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준 경험이 있는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고, 뭔가 모를 뿌듯함에 어깨가 으쓱 올라갔던 경험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이런 즐거움에, 타인을 위해 베풀었던 선행을 경험해본 사람은 기회가 되면 계속 나눔을 실천한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어떨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인 개그맨 이홍렬씨는 늘 이야기 한다. “일단 시작해 보라니깐요. 아니면 말고. 시작조차 안 하는 것이 나눔의 장애물이죠.” 돈이든 마음이든 여러 이유로 나눔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기 즐거운 기부 방법이 있다.
트램펄린에서 즐겁게 뛰면서 떨어지는 동전을 기부하자는 취지의 ‘기부방방’은 광고 영상이자 실제 캠페인 현장에도 등장해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광고 캠페인이다. ‘방방’, ‘핑퐁’, ‘퐁퐁’, ‘트램펄린’ 등등 어릴 때 살고 있는 지역이나 동네마다 조금씩 달랐던 이름의 놀이기구 트램펄린은 높이 뛰어 올라 떨어지는 짜릿함 반, 밖으로 튕겨 나갈 것 같은 두려움 반으로 어릴 때 재미있게 탔던 기구이다. 덤으로 주머니 속 떨어지는 동전과 잡동사니는 누군가의 소지품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카드의 사용으로 동전의 쓸모가 줄고 동전 사용할 일이 적어졌지만, 나눔이 부담스러운 일이 아닌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즐거운 일이라는 것, 그리고 동전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기부방방’ 캠페인을 통해 보여줬다.
영국의 한 자선구호단체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나눔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미얀마가 3년 연속 1위라고 한다. 한국은 75위로 지난해 64위보다 더 떨어졌다. 빈국 중 하나인 미얀마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가진 것이 많아 나누는 것이 아닌, 도움의 손길에 무관심하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실천의 자세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아침에 터치로 알람을 끄고 저녁에 터치로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드는 우리는 하루 몇 번이나 스마트폰을 터치 할까? 작정하고 세어보면 수십 번은 기본이며, 많게는 수백 번까지 하는 날도 있다. 90년대 후반 매스미디어를 가르친 한 교수님은 필자를 포함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세상이 변해도 신문은 휴대의 편리성 때문에 끝까지 우리들 곁에 있을 것 같다”고. 지금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계실 교수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우리는 터치 하나, 하나 그리고 댓글 하나, 하나가 모여 큰 변화를 낳는 세상에 살고 있다.
딸이 아끼는 원피스가 찢어졌다. 재고가 없어 새로 구입할 수가 없었던 엄마는 SNS에 사진과 사연을 올렸고, 기적같이 각지에서 원피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종종 터치와 댓글로 이슈를 만든 감동적인 사연을 접한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이곳저곳 관련 소식을 퍼 나르며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한다.
여기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아픈 아기 ‘우주’가 있다. 우주의 사연이 온라인에 게재되자 터치와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아가야 빨리 건강해져 우리 같이 이 세상 힘차게 뛰어보자.”, “어머니 힘내세요. 우주 잘 보살펴주세요. 저도 같은 아픔이 있어요…”, “비록 제가 초등학생이라 후원금을 못 내도 우주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면 하늘도 도와주실 거예요. 우주가 건강하게 퇴원해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아픈 아이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우주 엄마부터 딸의 원피스 사연까지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터치, 바로 공감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남겨진 터치와 댓글은 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자 바로 우리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이러한 터치와 댓글로 희망을 찾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엮어 애니메이션 광고 영상 “터치히어”를 선보였다. 우리의 터치가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직접 볼 수 있게 말이다.
그러나 터치가 항상 긍정의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이웃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알게 되는 상황이 늘고, 소통단절, 스마트폰 중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자료에 따르면 3~9세 아동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이 81분, 매일 사용한다고 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2015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화보다 문자가 편하다는 아동의 응답도 52.8%나 된다. 또한 스마트폰 이용자들 중 19.6%는 하루 이상 혼자서 대화 없이 지낼 수 있으며, 일주일 이상 그 누구와도 소통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응답도 7.9%이다. 혼자만을 위한 장난감이 늘고, 알고 있는 지식은 풍요로워 졌지만 아이들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각종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빨라지고 다양해졌다. 오늘도 우리는 자극적인 사진과 제목에 이끌려 너무나 익숙하게 터치를 누르며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 우리의 터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나비효과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자.
이서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팀장>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