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개입 수사] 검찰 "가장 급한 건 박 대통령 조사"…제3의 장소서 직접 조사할 듯

입력 2016-11-13 18:40
수정 2016-11-14 05:46
청와대에 "늦어도 16일까지 응하라" 통보

헌정사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 현실화
참고인 신분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도


[ 박한신 기자 ] 최순실 씨(60·구속) 국정 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의 ‘턱밑’에 다다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을 15일 또는 16일 조사하겠다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 씨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을 규명하려면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며 “현재 수사 상황에서 가장 급한 게 대통령 조사”라고 했다.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기금 출연 ‘강요’ 여부가 핵심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는 오는 16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수사 일정상 빠를수록 좋지만 꼭 15일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며 “늦어도 16일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사 장소나 대통령을 조사할 주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청사나 청와대가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대면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로 들어가는 것은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겠느냐’는 국민의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검찰청 소환은 대통령 신변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검찰의 박 대통령 조사 일정과 관련해 “검찰의 요청을 전달받아 검토 중이며 아직 구체적인 조사 일정이나 방법은 협의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BBK 사건’과 관련해 제3의 장소에서 조사받았다.

특수본은 박 대통령을 대상으로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한 자리에서 기금 출연을 요구했는지 △그 대가로 해당 기업의 ‘민원’을 들어줬는지 △청와대 문건 유출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곳곳서 박 대통령 개입 ‘흔적’

일단 박 대통령의 조사 신분은 참고인이다.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피의자)이 아니라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조사 전에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 참고인 신분이 혐의가 없기 때문인지 헌법상 형사소추를 할 수 없기 때문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의혹 곳곳에서 박 대통령이 개입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검찰이 대통령 신분을 참고인으로 정한 데는 그만큼 ‘딜레마’가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일단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기소)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된 헌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되면 탄핵 요건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에는 ‘대통령 등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는 순간 검찰이 탄핵 요건을 만들어주는 셈”이라며 “검찰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한부 기소 중지’ 가능성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밝혀진다 해도 기소할 수 없는 검찰은 ‘공소권 없음’이나 ‘시한부 기소 중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공소권 없음 처분은 불기소 처분 중 하나로 기소 조건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내리는 판단이다. 헌법상 형사소추를 할 수 없다는 게 이 처분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들끓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시한부 기소 중지 판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하야를 하든 임기를 마치든 박 대통령이 현직에서 내려오면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처벌할 것”이라며 “안 전 수석이나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보다 죄가 중한데도 처벌받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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