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걷기 좋은 서울의 가을길
[ 김명상 기자 ]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남쪽에서 시작된 단풍이 서울에서도 절정을 이루는 때다. 역사와 문화자원이 풍부한 서울에는 이름난 산과 공원이 많다.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도심 속 명소에서 즐기는 가을의 감흥은 다른 곳에 뒤지지 않는다. 긴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고즈넉한 서울의 가을 길을 걸어보자. 진한 단풍의 빛깔처럼 서로의 마음도 진하게 물들 것이다.
다 같이 돌아보자 도성 한 바퀴
한양도성은 조선의 도읍지였던 한양을 에워싸고 있는 성곽이다. 인왕산, 백악산, 낙산, 목면산(남산) 능선을 따라 축성했다. 조선시대에는 성곽을 따라 걸으면서 도성 안팎의 풍경을 감상했는데 이를 순성(巡城)이라고 했다. 조선 후기 한성부의 역사와 모습을 기록한 한경지략(漢京識略)에는 ‘봄과 여름이 되면 한양 사람들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도성을 한 바퀴 돌면서 주변의 경치를 구경했다’고 적혀 있다.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사라졌던 순성은 2011년부터 ‘순성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돼 서울을 재발견하는 길이 되고 있다. 구간에 따라 난도가 높은 곳이 있으므로 자신의 체력을 생각하고 걷는 것이 좋다. 거리는 18.6㎞, 소요시간은 10시간 정도다. 종로구 관광체육과 (02)2148-1864, 중구 문화체육과 (02)3396-4623
경로 : 숭례문~서소문~돈의문터~인왕산~창의문~백악마루~숙정문~말바위쉼터~혜화문~낙산~흥인지문~광희문~남산~숭례문
40년 만에 시민에게 돌아온 산책로
북한산둘레길 21코스 우이령길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 양주시 교현리를 연결하는 짧은 길이다. 1968년에 있었던 무장공비의 청와대 침투사건 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가 2009년 7월에 탐방 예약제로 개방됐다. 오랜 기간 사람이 출입하지 않아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된 지역으로, 우이령 계곡과 숲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단풍터널이 이어지는 가을의 우이령길은 걷는 즐거움이 더하다. 우이령길 예약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약통합시스템(reservation.knps.or.kr)에서 하면 된다. 출입 시 사전예약과 신분증 지참은 필수. 거리는 6.8㎞, 소요시간은 약 3시간30분이다. 북한산둘레길 탐방안내센터 02-900-8086
경로 : 우이령길입구~우이탐방지원센터~오봉전망대~교현탐방지원센터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길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마포난지생명길은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가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코스다. 월드컵공원 전시관에서는 방문객에게 난지도에서 생태공원으로 재탄생된 과정을 설명해준다. 예전에 쓰레기 침출수처리장이었던 건물을 개축해 만든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와 야외 조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자원순환테마전시관과 에너지드림센터에서는 친환경 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 교육에도 알맞다. 가을이면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로 가득한 하늘공원도 코스에 포함돼 있어 더욱 즐겁게 다녀올 수 있다. 거리는 14.4㎞, 소요시간은 약 4시간이다. 마포구 문화관광과 (02)3153-8362
경로 : 월드컵경기장역~월드컵공원전시관~평화의공원~서울에너지드림센터~하늘공원~자원순환테마전시관~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노을공원~난지천공원~매봉산~월드컵경기장역
하천과 산과 먹거리가 가득
서울 송파구의 토성산성어울길 1코스는 몽촌토성에서 마천역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역사·문화자원으로는 한성백제의 고대유산인 몽촌토성과 한성백제박물관, 1988년 열린 서울올림픽의 열정이 살아 있는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등이 있다. 자연·생태 자원으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100대 하천으로 선정된 성내천, 자연생태경관 지역으로 지정된 방이습지, 그리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남한산이 있다. 이외 〉?탐방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먹거리로 가득한 마천전통시장이 자리했다. 특히 11월의 몽촌토성은 도심과 어우러진 단풍이 매력적이라서 인기가 높다. 거리는 7.6㎞, 소요시간은 2시간30분 정도다. 송파구 문화체육과 (02)2147-2819
경로 : 몽촌토성역~소마미술관~한성백제박물관~몽촌토성~몽촌역사관~성내천~방이습지~마천중앙시장~마천역
가을 낭만의 한가운데를 걷는다
덕수궁 산책길은 서울 도심 속에 있는 보석 같은 걷기 코스로 꼽힌다. 옛 정취가 남아 있는 높다란 돌담길을 지나면서 정동극장, 옛 러시아공사관, 서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서울역사박물관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덕수궁 돌담길의 운치가 더욱 짙어진다. 관광지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는 것도 마음을 가볍게 한다. 정동극장을 지나 경교장 쪽으로도 걸어보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살았던 서울 5대 궁궐 중 하나인 경희궁이 나타난다. 거리는 6.02㎞, 소요시간은 약 2시간이다. (사)한국의 길과 문화 (02)6013-6133
경로 : 서울역사박물관~경희궁~정동공원~덕수궁 돌담길~대한문~경운궁~양이재~서울역사박물관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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