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Practice 독일 로봇회사 훼스토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캥거루·개미·잠자리 로봇 생산
61개국에 법인…176개국 수출
매출액 8% 연구개발비로 투자, 작년 매출 3조3000억원 달해
엔지니어·디자이너 협업 결실
사내 '온라인 아카데미'도 구축…직원들 평생교육 공들여
[ 이상은 기자 ]
독일 훼스토는 로봇 회사다. 1925년 설립돼 공압 실린더 분야에서 세계 선두업체로 자리잡았다. 공압 실린더라고 하면 어렵게 들리지만 ‘기계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편하다. 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공장 자동화에 필수적인 산업용 로봇 분야에선 잘 알려진 회사다. 세계 61개국에 법인을 두고 176개국에 제품을 팔고 있다. 직원은 1만8700여명, 지난해 매출은 26억유로(약 3조3000억원)였다.
독일 정부가 지멘스, SAP, 텔레콤, 훼스토 4개사와 함께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회사는 더 주목받고 있다. 훼스토는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서 공장자동화와 로봇 개발 부문을 주로 담당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훼스토의 연구개발(R&D)과 인재관리 방식에 관해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훼스토 측은 특정인이 답하는 대신 각 영역의 담당자가 개별 질문에 답하고 홍보팀이 이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생물 닮은꼴 로봇 특화
훼스토는 생체공학 로봇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캥거루 로봇, 개미 로봇, 잠자리 로봇, 해파리 로봇, 개 로봇 등 온갖 생물을 모방한 로봇을 제작한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들어가 훼스토 관련 영상을 검색해 보면 미래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올 법한 로봇들이 훼스토에서 이미 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개미 로봇 바이오닉앤츠는 길이 13.5㎝로 개미보다는 크지만 카메라로 주변의 시각정보를 받아들여 이동하고 다른 개미 로봇과 통신을 해서 협업할 수 있다. 캥거루 로봇인 바이오닉캥거루는 뛰어오를 때 에너지를 회복한 뒤 다음 점프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멀리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훼스토는 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R&D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훼스토 관계자는 “해마다 매출의 8%를 R&D 투자에 쓰고 있으며 1.5%는 직원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소프트웨어 개발자 협업 강조
로봇과 같은 응용공학 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영역 간의 협업도 중요하다. 훼스토에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부서가 따로 존재하긴 하지만 디자인을 먼저 한 뒤 엔지니어에게 ‘이대로 개발하라’거나, 엔지니어가 먼저 뭔가를 만든 뒤 디자이너에게 ‘이걸 예쁘게 해 달라’는 식으로 요청하지 않는다. 훼스토 측은 “제품을 처음 개발하는 단계부터 양쪽이 같이 참여하고 계속 소통한다”고 소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 같은 협업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덕분에 소프트웨어와 전기공학, 하드웨어 등의 영역이 기계공학과 내재적으로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간의 소통이 종전보다 더 중요해졌다”며 “엔지니어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지식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IT 전문가는 엔지니어링 세계에 필요한 것을 익혀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엔지니어는 스페셜리스트이면서 동시에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담당하는 영역의 미래 기술을 익히고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스페셜리스트)여야 하지만 그것을 IT 등 다른 영역과 융합시키기 위해서는 제너럴리스트이기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가 어떻게 달라야 하느냐는 질문에 훼스토 관계자는 “지금은 어떤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키워드는 ‘적응력’”이라고 답했다.
버추얼 아카데미로 재교육
이를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직원들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추도록 독려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훼스토는 일종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인 버추얼 아카데미를 통해 직원을 재교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훼스토 교훈(Festo Didactic)이라는 미팅을 통해 교육 및 연구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훼스토 관계자는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평생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훼스토는 3대째 이어져 온 가족기업이다.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년 이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은 덜 받는 편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훼스토에서는 회계연도에 맞춰 생각하기보다는 세대 단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원을 보존하고 삶의 질에 기여하는 것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