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통상 쇼크
'협정 해지' 가능한지 놓고 미국서도 의견 엇갈려
전문가 "재협상 쉽지 않지만 통상압력 거셀 것"
보호무역 강화 우려…'슈퍼 301조' 부활될 수도
[ 이태훈 / 오형주 기자 ] 9일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협상에 들어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유세 기간 내내 한·미 FTA에 대해 “미국 내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job killing trade deal)”이라며 재협상을 공언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재협상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자동차 철강 등의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든 통상압력이 들어올 것은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 301조’ 등의 무역보복 조치가 부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통상압력 각오해야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한·미 FTA 재협상이 가능한지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엇갈린 시각이 존재한다. FTA는 의회 인준을 거치기 때문에 이를 재협상하거나 폐기하려면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이 됐어도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FTA 재협상 등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미국 민간경제연구소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외교권과 무역 관련 법에 따라 대통령이 FTA를 재협상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외교권을 발휘해 상대국에 협정 해지를 일방 통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상대국뿐만 아니라 미 의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는 “트럼프의 임기가 시작되더라도 FTA 재협상을 금방 밀어붙일 순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한·미 FTA를 이행하며 미국이 불만을 가진 금융 서비스 법률 등의 분야에서 시장을 더 열라고 통상압력을 가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은 “대미 무역흑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통상압력은 피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슈퍼 301조가 부활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를 일컫는 슈퍼 301조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불공정 무역국에 보복관세 등을 매길 수 있게 한 조항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트럼프는 러스트벨트(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 노동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승리했다. 자동차 철강 등의 분야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멕시코 공장에서 만든 자동차에 3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한 공약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현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멕시코산 자동차는 미국으로 수입될 때 관세가 없다. 공약이 현실화되면 미국 수출을 노리고 멕시코에 공장을 지은 기아자동차 등이 피해를 보게 된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말도 했다.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한국도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과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상분야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무역장벽 등에 대한 조기 감시체제를 가동해야 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한 대응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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