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원전 현실 마주한 '판도라'…우리 사회 바꿀 날갯짓

입력 2016-11-09 17:53
수정 2016-11-09 17:55

한반도 지진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남의 나라 일 같기만 했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반도도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공포가 커졌다.

새 영화 '판도라'는 바로 이런 때에 지진과 원전이라는 두 개의 무거운 '재앙' 소재를 꺼내 들었다.

이 영화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 발생 후 일어난 원전 사고 속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판도라'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김남길은 "원전 소재 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유승목은 "시나리오를 읽고 뭉클했다"며 "진작에 나왔어야 할 영화"라고 말했다.

'판도라'는 2013년부터 4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완성됐다. 제작진은 원전과 관련된 전문 서적과 TV 다큐멘터리까지 전방위적인 자료 조사를 벌였다. 필리핀으로 건너가 실제 발전소를 관찰하기도 했다. 컴퓨터그래픽(CG)이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후반 작업 또한 1년이 넘게 걸렸다.


박정우 감독은 "개봉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며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배우, 스태프, 투자자 모두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 우리나라는 점검을 하지 않고 오히려 발전소를 더 늘려나갔다"고 지적하며 "우리 영화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지금보다 안전한 세상이 오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촬영에 앞서 배우들은 원전에 대해 공부하며 뜨거운 열의를 보였다. 단순히 다큐처럼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니라 이야기의 진실성을 연기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정진영은 "우리가 처해있고 언젠가 현실화될 수 있는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공부 없이 임할 수 없었다"며 "끔찍한 세상을 그렸지만 그 안에서 살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한다"고 강조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재난 영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괴물'(2006)부터 '해운대'(2009), '연가시'(2012)까지 모두 관객을 끌어모았고, 올해 역시 '부산행', '터널' 등 재난 영화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 중 무려 세 편이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박 감독은 "'판도라'는 다른 재난 영화들과 다르다"며 "객석과 스크린의 거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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