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순실 최측근' 차은택 인천공항서 체포·압송

입력 2016-11-08 22:01
비선 실세 '국정농단' 실체 밝힐 마지막 퍼즐

8일 밤 중국서 전격 귀국

"안종범과 조금 아는 사이…물의 일으켜 국민께 죄송
검찰 조사 성실히 응할 것"

문화 정책·인사 쥐락펴락…광고사 강탈 등 의혹
검찰 "최순실 씨와 대질 심문 계획"


[ 박한신 기자 ] 최순실 씨(60·구속)와 함께 현 정권의 또 다른 ‘비선 실세’로 꼽히는 광고감독 차은택 씨(47)가 해외 도피 끝에 8일 밤 전격 귀국했다. 검찰은 차씨가 도착한 직후 인천공항에서 그를 긴급체포하고 신병을 확보했다. 차씨는 최순실 씨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두 사람의 대질 심문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씨와의 친분을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민간 광고회사 지분 ‘강탈’을 시도하는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차씨는 이날 밤 9시40분께 칭다오발 중국 동방항공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차씨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뒤를 봐줬느냐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답했다. 장·차관 인사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선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알고 있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만났을 뿐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광고회사 강탈 의혹에 대해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최씨와 차씨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차씨를 공항 입국장에서 긴급체포해 신병을 확보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함께 이동했다.

현 정부 들어 문화계의 실세로 떠오른 차씨는 ‘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핵심 축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의 최측근 고영태 씨의 소개로 최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차씨는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과 지난해 1급 고위직 자리인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지냈다.

차씨는 이 같은 힘을 이용해 각종 이권을 따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포스코 계열의 광고계열사 포레카를 인수한 한 중소기업에 최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구속)을 동원해 “지분 80%를 내놓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알짜 광고회사를 강탈한 뒤 대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광고를 독식할 의도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아프리카픽처스, 플레이그라운드 등 자신 소유이거나 사실상 소유한 회사들을 통해 ‘늘품체조’ 촬영 등 각종 정부 사업을 따낸 것으로 전蠻낫?

자신의 측근을 청와대와 문체부 등의 문화·체육담당 고위직에 보내 이권을 챙기는 데 활용했다는 것도 차씨를 둘러싼 주요 의혹 중 하나다. 차씨가 문화융성위원에 위촉될 무렵인 2014년 8월 부임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그와 대학원 사제지간이다.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2014년 11월 임명됐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송 전 원장은 제일기획에서 일하던 시절 차씨에게 일감을 몰아준 인연 때문에 차씨가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송 전 원장의 측근은 언론 인터뷰에서 “송 전 원장이 ‘차씨가 장관을 시켜주겠다고 했다가 청문회가 필요없는 차관급(콘텐츠진흥원장)으로 낮췄다’고 말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차씨를 긴급체포한 특수본은 그를 대상으로 이 같은 의혹들을 집중 조사한 뒤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긴급체포 후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피의자를 즉시 풀어줘야 한다. 법조계에선 송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차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강요)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씨가 최씨의 힘을 이용해 문화계의 주요 자리에 측근들을 앉혔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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