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무덤(?)' 공매도②] "학교폭력 심하다고 폐교하나…투자수단일 뿐"

입력 2016-11-08 09:19
수정 2016-11-08 09:26
[ 박상재 기자 ]
"개관(개와 기관의 합성어)들이 공매도로 이 나라 증시를 망치고 있다", "저렇게 공매도를 하는데 주식이 오를 턱이 있나", "공매도 때문에 화가 나서 주식 투자를 그만두려 한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증권 기사 열 중 절반 이상에는 이런 댓글이 달린다. 코스피이건 코스닥이건, 개별 종목에 대한 기사이건 공매도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기·승·전 '공매도'다.

펀드매니저 A씨는 "댓글만 보면 자괴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며 "모두가 공매도를 주식시장의 원흉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 공매도 비난, 일부 불공정거래 선례 때문

"많은 분들이 공매도를 오해하고 있어요.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투자자, 심지어 상장사 대표이사도 근거 없이 공매도 주체를 욕하고 범죄자 취급하죠. 그러나 그들도 손실을 입는 투자자일 뿐입니다. 비난 받는 건 일부 불공정거래 사범 때문이죠."

펀드매니저 B씨는 유출된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차익을 챙긴 사례가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거품(버블)을 없애는 등 공매도의 경제적 순기능을 먼저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매도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주식이 적절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유지하도록 버블을 꺼뜨릴 수 있습니다. 주가의 이상 급등은 사적인 이익이 과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자금 배분이 올바르지 않는 상황을 공매도가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저평가된 주식은 끌어올리기도 하죠. 왜 아무도 주가가 오를 땐 공매도를 욕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주가에 하락 압력만 줄 것 같은 공매도도 상승 시는 급격한 환매수(쇼트커버링)로 주가를 급등시키는 등 순기능도 갖고 있다.

그는 공매도가 매수(롱)와 매도(숏) 전략을 동시에 추구해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지(위험회피)로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통제, 기대 요소에만 집중하는 효과적인 투자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운용업계 관계자 C씨는 "공매도는 주식 보유자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투자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박스권(1800~2050)에 갇힌 국내 증시에 적절한 변동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공매도가 불공정거래 마냥 내몰린 상태에서 폐지를 논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이건 마치 학교 폭력이 심각하니까 폐교하자는 것과 같은 주장이죠. 주가 하락을 예측하는 것과 조작은 엄연히 다릅니다. 선진국 시장처럼 공매도를 투자 수단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 "공매도 기?제한 어이없어…공매도 강도 세지는 등 부작용 우려"

공매도가 다시 도마에 오르자 새누리당은 상장 주식의 공매도 기간을 60일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가 과도한 주가 하락을 부추겨 개인투자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펀드 매니저 D씨는 이같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공매도 시장 위축으로 질서가 무너지고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공매도 기간을 60일로 제한하는 것은 상장사에 두 달여만 투자하라는 얘기입니다. 두 달은 투자하기에 너무나 촉박한 시간입니다. 이 기간에 승부를 내고 청산까지 하려면, 더욱 더 공격적으로 투자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매도 강도가 세진다는 얘기겠죠. 그래서 이 개정안을 보고 다들 '어이가 없다'고 합니다."

그는 공매도 기간을 제한하면 공매도뿐만 아니라 수수료 등 관련 비용도 늘어난다며 지난해 말 이후 급성장한 한국형 헤지펀드도 공매도 기간 제한 등 규제가 더해지면 성장세가 멈출 것으로 봤다.

◆ "형평성 고려…개인에게 공매도 문턱 낮춰줘야"

펀드 매니저와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 문턱을 낮추?등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개인투자자들 공매도가 자유롭지 못한 건 증거금과 담보 등에 리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문턱을 낮춰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은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담보와 신용 등을 감안해 자격이 충분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는 막을 필요가 없죠. 금융당국이 이를 점검하고 완화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와 대주거래를 통해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증권사가 보유, 허용한 종목으로 대상이 제한되고 수량도 정해져 있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보다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번지는 주요인으로는 여전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꼽으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공매도는 누군가의 이익을 뺏기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밸류에이션을 찾고 적절한 변동성을 공급하는 일종의 '자정 기능'을 갖고 있죠. 시장 참여자들간 신뢰를 회복해 공매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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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