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 특별수사본부에 특명
"황제 조사,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질책
우 전 수석 혐의 드러나면 재출석 불가피
[ 김인선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직무유기 혐의를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법무부에 우 전 수석의 출국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우 전 수석의 ‘황제 조사’ 논란과 관련, 수사팀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7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우리 뒤에 우 수석이 있다’고 얘기했다는 부분을 포함해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런 방침은 김 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이날 최씨 국정농단 사태를 우 전 수석이 알고도 방치했는지를 수사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전달했다.
특수본은 “지금까지는 우 전 수석의 확실한 혐의점이 나오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발견되면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최순실 사태’에 대한 우 전 수석의 책임을 수사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그동안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혐의만 수사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우 전 수석은 최씨 의혹과 관련한 혐의가 드러나면 또다시 검찰에 출석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순실 사태’를 방치한 우 전 수석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야권과 국민 사이에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역할이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관리, 공직기강 확립 등 사정라인을 총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이 이번 사태를 몰랐든, 알고도 묵인했든 자신의 책무를 제대로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은 전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 전 수석이 2014년 5월부터 청와대 민정비서관, 민정수석비서관을 차례로 지내면서 최씨의 국정농단을 감찰·예방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방조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우 전 수석 수사는 마지 못해 하는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황제 조사’ 논란까지 겹쳤다. 수사팀 구성 75일 만에 우 전 수석을 소환한 특별수사팀은 지난 6일 그에게 각종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실에서 웃음 띤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고 맞은편에 있는 검사와 수사관은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해당 사진은 조사 중인 상황이 아니라 밤 9시까지 조사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라며 “담당 부장검사가 팀장에게 보고하러 간 사이에 우 전 수석이 다른 후배 검사 및 직원과 서 있는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총장이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 조사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했다’고 수사팀을 나무랐다”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