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미국 대선 읽기]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울고 웃은 미국 대선

입력 2016-11-07 18:03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달 28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에 관심이 쏠렸다.

1972년 대선 때 처음 등장

옥토버 서프라이즈라는 용어가 처음 생긴 때는 1972년 대선이다. 당시 재선을 노리던 집권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크게 불리했다.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 후보에게 패할 것이 거의 확실해질 무렵인 10월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이 “베트남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뜻밖의 발언을 내놨다. 이에 힘입어 닉슨은 23.2%포인트 차로 대역전에 성공했다. 정작 베트남 전쟁은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 여파로 1974년 하야하고 난 뒤인 1975년에 끝났다.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음모론이었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레이건·부시도 막판 대역전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큰 궁금증을 낳은 것은 1980년 대선에서 정치 무경험자이자 3류 영화배우에 불과하던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당선된 사례다. 재선에 나선 집권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사태가 풀리지 않아 선거 막판에 고전했다. 10월에는 마지막 승부수였던 인질구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레이건 후보가 승리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이란은 레이건 대통령 취임에 맞춰 미국인 인질을 풀어줬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2004년 대선 때였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거듭된 대테러 군사작전 실패와 예산낭비로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에게 크게 밀리면서 연임의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해 10월 미국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이 부시 대통령을 저주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졌다. 이는 미국 유권자들의 애국심을 다시 고취시켜 부시가 재선에 성공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1980년과 2004년 미국의 대선에 과거 한국 대선 때와 같은 ‘북풍’이 분 셈이다.

트럼프 ‘옥토버 서프라이즈’ 수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2012년 대선에서도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발생했다. 당시 오바마는 흑인 대통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크게 진전이 없어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에게 불리했다. 그런 판세는 10월 롬니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중하위 계층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바뀌었다.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연임하는 기록을 남겼다.

올해 선거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클린턴 후보에게 끌려다니는 양상이 이어져왔다. 지난 6일엔 FBI가 9일 만에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막판 상승세를 타고 트럼프가 역전승할 경우 또 하나의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평가될 만하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