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한 영상 208편 출품
청송군-마이스협회-한경 공동 주최
일반부 6편, 청소년부 6편 12편 수상
[ 청송=고재연 기자 ]
“선배님 죄송합니다!”
강의실로 뛰어들어온 학생 두 명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연신 사과한다. 권위적인 자태를 뽐내는 선배는 자신이 원한 것은 이런 게 아니라는 듯 말한다. “사과 제대로 안 해?” 잠시 고민하던 여학생이 더 좋은 답변이 생각난 듯 소리친다. “선배님, 청송합니다!” 그가 내민 손에는 새빨간 ‘청송 사과’가 들려 있다. “제대로 된 사과, 청송 사과!”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지난 5일 경북 청송군 청송읍 청송사과테마공원에서 열린 ‘청송 애플 7초광고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은 민정기·주목인 감독의 ‘제대로 된 사과’다. 미안하다는 뜻의 ‘사과하다’와 과일 ‘사과’가 동음이의어임에 주목한 작품이다. 흑백 화면과 과장된 말투, 더빙 효과를 활용해 7초라는 짧은 시간에 청송 사과가 ‘좋은 사과’라는 것을 재치 있게 전달했다.
7초광고제는 가장 짧은 광고 단위인 7초 안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 축제다. 15초의 광고 시간을 견디지 못해 채널을 돌리는 요즘, 7초라는 짧은 시간에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서다. 청송군과 한국MICE협회,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광고제의 주제는 ‘사과!’다. 청송의 특산품인 사과의 매력을 듬뿍 담은 작품 208편이 출품돼 일반부 6편, 청소년부 6편 등 12편이 상을 받았다. 7초라는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재기발랄한 작품이 많았다.
청소년부 대상은 홍수연 감독의 ‘하루 속 특별함, 청송 사과’에 돌아갔다. 교실에서 고등학생들이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선생님이 말한다. “자 여러분, 4과 펴볼까요.” 그때 한 남학생이 용기 있게 사과를 쪼갠다. ‘사각.’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바라보며 학생들이 다 같이 외친다. “4과? 청송 사과!” 지루함의 연속인 수업시간에 사과가 주는 특별한 경험이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강성모 감독의 ‘사과는 맛있어’가 차지했다. 식탁 위에 사과 하나가 놓여 있다. 갑자기 저절로 깎이는 사과. 껍질을 벗은 사과가 여섯 조각으로 쪼개진다. 사과 조각들은 자동차가 된 듯 식탁 위를 질주한다. 목적지는 식탁 옆에서 사과를 기다리는 세 사람의 입속. 세 사람은 달콤하고 아삭한 사과를 먹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사과의 시각에서 사람들의 입속으로 질주하는 사과의 모습을 표현한 편집 기법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조용진 감독의 ‘사탕 같은 청송 사과!’가 받았다. 한 남학생이 맛있게 막대사탕을 먹고 있는 친구에게 말한다. “나도 사탕 하나만 주라.” 친구는 “사탕? 그래”라며 청송 사과에 막대기를 푹 꽂아 친구에게 건넨다. ‘막대 사과 사탕’을 한 입 베어 문 그는 놀라서 말한다. “맛있는데?” 빨간 화면에는 ‘달콤하다! 청송!’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일반부 우수상은 이재민 감독의 ‘놓칠 수 없다, 청송 사과’, 정병연 감독의 ‘청송~Like!’가 차지했다. ‘놓칠 수 없다~’는 여학생이 던진 사과를 놓칠 수 없어 힘껏 뛰어올라 사과를 한 입 베어 무는 남학생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해냈다. ‘청송~Like!’는 투수가 강속구를 던지자 타자가 방망이가 아니라 입으로 사과를 받아먹는 모습을 그렸다. 해설자는 “투수 던졌어요, ‘청송~라이크!’ 입으로 꽂히네요!”라고 말한다. ‘스트라이크(Strike)’ 대신 ‘청송라이크(청송Like)’라고 표현하는 언어유희를 가미했다. 승부를 포기할 만큼 맛있는 사과라는 의미다.
수상작과 출품작은 청송군 홍보 영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장선영 한국경제TV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지역 주민, 외국인, 대학생, 가족 단위 관광객 등이 참석했다. 제12회 청송사과축제와 함께 열린 이번 행사에선 한마음 DJ 클럽파티와 아이돌 그룹 ‘오블리스’가 축하 공연으로 열기를 더했다.
청송=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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