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세로 돌아선 시장
3일 모집 공고 낸 단지부터 분양권 전매제한 적용
개포·과천 재건축 추진단지 급매물 나오기 시작
동탄2·하남 미사 "투자수요 빠져 시장 급랭 우려"
[ 문혜정 / 설지연 / 홍선표 기자 ]
“지금 이쪽 재건축 매물이 막 나오고 있어요. 더 떨어지기 전에 팔겠다고요.”(서울 고덕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가 ‘11·3 주택시장 관리방안’을 내놓은 3일 오전, 규제 내용이 시장에 빠르게 알려지면서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경기 과천시,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의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에 빠져들었다. 분양권 전매제한 대상으로 꼽힌 지역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선 일부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등 투자수요가 많은 수도권 택지지구에서도 앞으로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터져나왔다. 분양시장에선 이번주 청약을 받는 곳과 다음주 분양하는 사업장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강남 뻬析堧切?middot;분양가 하락”
지난달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2단지)이 인기리에 분양되면서 재건축사업 기대가 커졌던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선 이날 공인중개업소마다 전화 문의가 폭주했다. 고덕동에선 고덕주공3·5·6·7단지 등이 내년에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최병국 부자부동산 대표는 “손님들이 대체로 불안감을 드러내는데 성질이 급한 집주인이나 매수자들은 ‘얼마나 떨어졌나’ ‘좀 있으면 몇 천만원 더 싸게 살 수 있냐’고 묻는다”며 “어제(2일) 6억4000만원에 고덕주공5단지 전용 65㎡를 내놓은 집주인이 방금 전 전화를 걸어 6억3000만원까지 낮췄고 (매수자가) 잔금을 빨리 주면 6억2500만원까지 괜찮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개포시영과 개포주공1·4단지가 일반분양을 앞둔 강남구 개포동에선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개포주공1단지는 이달 들어 이미 거래가 확 줄어 매주 500만~1000만원씩 호가가 빠지는 상황이다. 윤한석 개포공인 대표는 “대책 내용을 물어보는 전화가 꽤 왔다”며 “가격이 좀 더 오르면 팔겠다고 기다리던 집주인들이 내년 경기도 좋지 않을 것 같고 전매제한 조치도 나오니까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 주공1·6단지의 일반분양을 시작으로 전 지역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천에서도 매도호가가 빠지고 있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내년 1월 일반분양을 앞둔 1단지의 전용 52㎡는 9억원에 매물이 나왔는데 5000만원 빠진 8억5000만~8억6000만원에 거래가 됐다”고 말했다.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로 꼽혀온 화성 동탄2신도시 등은 시장 냉각 우려가 한층 크다. 화성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동탄2신도시는 원래 투자 목적의 가수요가 전체의 40% 정도”라며 “그런데 1순위 자격 제한 및 재당첨 금지가 시행되면 청약시장에 들어올 통장이 거의 없어져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압구정이나 개포동, 과천 등에 대해 일부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집값이나 분양가격이 다소 하향 조정될 수는 있지만 대기 수요가 많은 지역이어서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재고 아파트나 기존 분양권, 조합원 입주권 등에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희비 엇갈린 분양시장
분양권 전매제한 대상 지역에선 이번주와 다음주 청약을 하는 단지들의 표정이 크게 엇갈렸다.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는 3일 모집공고를 낸 뒤 이번 주말 모델하우스를 여는 단지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모집공고를 내 3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 세종’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 이전 마지막 분양 단지인 만큼 문의 전화가 많았고 청약성적도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좋았다”고 말했다. 반면 중흥건설은 분양승인을 제때 받지 못해 당초 공급을 시작하려던 ‘동탄2 중흥 S-클래스 에코밸리(35블록)’의 분양을 연기하며 울상을 지었다.
문혜정/설지연/홍선표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