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시대…'픽미 세대'는 오늘만 산다

입력 2016-11-03 17:32
트렌드 코리아 2017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432쪽│1만6000원


[ 선한결 기자 ] ‘믿을 이가 나뿐인 상황에서 미래 대신 현재를 지향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원들이 함께 쓴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제시한 2017년 한국 소비문화의 주요 트렌드다. 저자들은 “계속되는 저성장 기조에 미래 불확실성이 더해져 현재 지향적인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통계청은 9월 실업률이 3.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수치를 비교할 때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신기기, 조선·해운, 철강,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산업이 연이은 악재를 맞았다. 대외적 경제 여건도 만만치 않다. 미국 금리 인상과 유가 하락 등 돌발 변수가 여럿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민감히 반응하는 사람들은 저자들이 ‘픽미(Pick Me) 세대’라고 부르는 20대 젊은 층이다. 이른바 ‘나를 뽑아줘’ 세대는 다른 이를 제치고 뽑혀야 살아남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래했다. 저자들은 “이들이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역이며, 대선을 앞둔 내藪?가장 주목받는 연령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픽미 세대는 1980~1990년대 고성장 시기에 태어나 가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취업할 나이가 된 이들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맞닥뜨린다. 고용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이들의 목표는 자아실현에서 생존으로 변했다. 저자들은 “픽미 세대는 희망이 사라진 자리를 자조나 체념 또는 현실에 대한 빠른 직시로 채우며 새 가치관을 찾았다”며 “1인 소비와 공유경제, 경험주의 등”이라고 설명한다.

픽미 세대는 파격 세일 행사를 자주 여는 소셜커머스를 선호한다. 구매하기 버거운 물건은 빌려 쓴다. 인간관계나 소통에서도 실속을 중시한다. 돈이 드는 모임보다는 ‘혼밥’이나 ‘혼술’을 택한다.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은 ‘대리 모임의 장’이 됐다.

몇 년 전 이미 세계 시장을 휩쓴 트렌드를 새롭게 소개하는 대목은 다소 의아하다. 미국과 독일 등에서 2012년 ‘올해의 단어’ 중 하나로 선정한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의미의 ‘욜로(You Only Live Once)’를 내년 키워드로 짚었다. 최근 한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에 이 단어가 나왔다는 것이 설명의 전부다. 각국이 밀접히 연결돼 빠르게 상호작용하는 요즘 시장에 대한 통찰로는 보기 어렵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