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조연설 - 엘런 랭어 하버드대 교수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게 사람의 이미지 크게 바꿔
[ 이상은 기자 ]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자기가 모든 일을 챙기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들이 ‘마음챙김’(mindfulness·주의를 기울임) 상태에서 일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엘런 랭어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6’ 기조연설을 통해 자신이 40여년간 연구해 온 ‘마음챙김’과 ‘마음놓침’(mindlessness·깊이 신경을 쓰지 않음)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간단한 산수로 청중의 주의를 끌었다.“1000+40+1000+30+1000+20+1000+10을 차례로 더하면 얼마냐”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5000”이라고 대답했다. 정답은 4100이지만, 1000 단위와 10 단위를 오가면서 덧셈을 하다 보면 헷갈리기 쉬운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처럼 관성적으로 생각하다 중요한 것을 놓치는 상황을 ‘마음놓침’이라고 설명했다.
랭어 교수는 “자신만이 아는 미묘한 변화를 주려는 행위로 마음챙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런 작은 노력이 사람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한 오케스트라에는 최고의 연주를 떠올리고 ‘그대로’ 연주하라고 요구(마음놓침 상태 유도)하고, 다른 오케스트라에는 작은 변화를 주어 연주해 달라고 요구(마음챙김 상태 유도)하면 변화를 주기 위해 집중한 후자 쪽의 연주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잡지를 판매할 때도 변화를 주려 노력한 그룹(마음챙김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판매실적이 좋았을 뿐 아니라 잡지를 사지 않은 고객에게도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주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사람의 이미지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랭어 교수는 “카리스마의 핵심은 마음상태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포함한 기존의 규칙 모두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껌에다 껌을 붙이거나, 설탕물에 설탕물을 더할 때는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1이 될 수 있듯이 맥락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기존 법칙이 도전받는다는 것이다. 랭어 교수는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은 물리적인 것도 바꿀 수 있다”며 “80세 노인들을 20년 전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에서 살게 했을 때 피험자의 청력·시력·근력이 좋아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생각하는 방식, 기대하는 것을 바꿔가면서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