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PEF의 질주] PEF 맹위…CEO시장도 커진다

입력 2016-11-01 18:05
CFO 등 'C-레벨' 임원 수요 많아

잠재 후보자만 1000여명 달해


[ 김태호 / 좌동욱 기자 ] 한화L&C가 2014년 8월 한명호 우송대 서비스융합대학 학장을 자사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고 발표하자 LG하우시스 임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한 사장이 LG그룹 공채 출신으로 불과 1년6개월여 전까지 LG하우시스 CEO를 지낸 정통 ‘LG맨’이었기 때문이다. 옮겨간 곳이 건축 자재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한화L&C라는 점도 충격이었다. 한 대표가 경쟁사로 이직을 결정한 것은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모건스탠리PE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PE는 2014년 7월 한화L&C를 인수하기 석 달여 전부터 한 대표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PEF의 기업 투자가 늘면서 전문경영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CEO뿐만 아니라 CFO(재무), COO(운용), CDO(개발), CMO(마케팅) 등 PEF가 원하는 경영진의 전문 영역도 분화되고 있다.


PEF에 전문경영인을 알선하는 브리스캔영의 유재호 대표는 “PEF가 중소·중견기업을 인수할 때 CEO, CFO와 같은 C-레벨 임원에 대한 수요가 특히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PEF들이 국내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는 C-레벨 임원 수가 400명, 잠재 후보 수는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PEF들의 기업 경영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PEF가 선호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 과거엔 주로 국내외 대기업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CEO와 CFO를 찾았다. 최근엔 40대 초·중반의 젊은 대기업 임원이나 부장급 실무자들이 인기를 끈다.

CFO도 과거엔 재무·회계 역량을 많이 따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획과 전략, 해외 투자 역량을 중시하고 있다. 일부 PEF는 CEO와 CFO를 수평적인 관계로 만들어 이들이 서로 협력·견제하도록 한다.

성과를 검증받은 C-레벨 임원들은 아예 PEF의 고정 경영인으로 자리 잡게 된다. 세계 2위 자동차공조회사인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이인영 대표는 코아비스 대표직을 수행하다가 지난해 7월 한온시스템으로 영입됐다. 두 회사 모두 국내 PEF인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가진 회사다.

김태호/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