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경총 회장 '농업·농촌의 길' 발표
자본·기술·마케팅 등 과감한 개방으로 성공한 제조업 사례 벤치마킹해야
기업이 농업에 진출한다고 농민의 역할 흔들리지 않아
[ 김재후 기자 ]
국내 농업을 현 상태로 유지해서는 미래가 없으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의 제조업 성공 사례를 모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은 1일 민간 농업경제연구소인 GS&J 주관으로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농업·농촌의 길 2016’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와 “국제 경쟁 시장에 완전히 노출돼 있는 한국 농업이 지금과 같이 쌀에만 모든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는 살길을 모색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쌀 중심 농업에서 벗어나야”
박 회장은 “한국 농업은 쌀에만 매달려왔지만 여전히 곡물자급률은 작년 기준으로 23.8%에 불과하다”며 “쌀을 고급화한다고 해서 농업이 살아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쌀을 대체하는 먹거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쌀 생산량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무의미하며 효과도 없다는 주장 甄?
1980년 132.4㎏이던 한국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작년엔 62.9㎏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쌀 생산은 줄지 않았다. 매년 쌀이 남아도는 이유다. 작년에도 생산량(432만7000t)이 수요량(397만t)을 35만t가량 웃돌았다. 과잉 생산으로 떨어진 쌀값을 보전해주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내년 정부 예산 중에서 쌀소득보전직불금으로 책정된 예산은 1조7973억원에 달한다.
“농업도 외부에서 배워라”
박 회장은 “한국 제조업은 처음부터 수출을 지향했고, 과감한 수입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며 “‘가장 빨리 자립하는 길은 의존’이란 인식하에 부족했던 자본 기술 기계설비 브랜드 마케팅도 모두 외부에서 빌려왔다”고 말했다.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조업 등 다른 부문의 농업 진출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민이든 농업법인이든 대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농업에 투자하고 참여하는 데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는 동부팜한농을 꼽았다. 2012년 동부팜한농은 467억원을 들여 아시아 최대 유리온실을 만든 뒤 연간 5500t의 방울토마토를 생산해 전량 수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이 동부팜한농이 생산한 방울토마토가 내수시장에 흘러나올 수 있다며 반발해 결국 동부팜한농은 사업을 포기했다. 시설은 우일팜이라는 회사가 인수했으나 동부팜한농이 계획했던 해외시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결국 이곳에서 생산된 방울토마토는 국내 시장에 출하되고 있다.
박 회장은 “기업이 농업에 진출한다고 해도 토지와 노동을 제공하는 농민의 역할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자본 기술 마케팅 경영능력 브랜드 등이 투입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쌀 직불금제도 개선 시급”
이날 토론회에선 쌀소득보전직불금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직불금을 쌀 생산량과 연계하면 국가 재정만 바닥난다는 지적이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처럼 직불금 지급 대상을 쌀 대신 다른 식량 작물로 확대하거나 고소득 작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세욱 국회예산정책처 산업예산분석과장은 “농가의 직불금이 일정 수준을 넘어갈 경우 순차적으로 자동 감축하고, 지원 규모도 기준연도의 지급 총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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