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한 달이 지났다. 우려대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는 긍정적 평가는 약간의 비아냥을 포괄하고 있다. 수많은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하고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많다. 지식의 교류와 확산을 막아 ‘지식 네트워크를 붕괴시킨다’는 지적은 특히 우려스럽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적용대상의 97%가 학교와 학교법인, 언론사다. 지식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교사 교수 언론인 등의 활동을 옥죄는 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교수들은 국내외 학술대회 참석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국내 학술세미나도 강연료 제한 탓에 강사섭외가 안 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도 시간당 20만~30만원(국립대 교수의 경우)의 강의료만 받아야 한다는 현실은 코미디일 뿐이다.
지식네트워크의 퇴보는 산업현장의 활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기업에 대한 대학의 산학협력 프로젝트 제안조차 금품요구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이래서야 새로운 산업혁명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엊그제 한경 특별기고에서 이병태 KAIST 교수는 ‘현대판 분서갱유이자 지식사회에 대한 테러’라고 김영란법을 규정했다. 언론의 위축도 지식의 고립을 부르고 있다. 한 글로벌 자동차회사는 해외 신차소개 행사를 앞두고 세계 기자들을 초청하면서 한국 언론만 제외했다. 김영란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언론을 통한 홍보가 막힌 일부 기업 관계자들이 소위 파워 블로거와 새로운 불법적 거래를 트고 있다는 증언도 잇따른다.
지식사회의 황폐화는 국가적 재앙이다. 권익위원회의 과잉대응이 큰 문제다. 권익위는 법조문에도 없는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라는 개념을 들이대며 과잉해석에 골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침이 너무 경직돼 있다’며 ‘일부 해석의 위헌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말할 정도다. 법을 직접 만든 국회의원조차 ‘나는 이런 법을 만들지 않았다’고 탄식하고 있다. 지식붕괴를 자초하는 요소는 즉시 제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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