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검찰 출석…"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입력 2016-10-31 15:08
수정 2016-10-31 15:26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란 의혹을 받은 최순실 씨가 31일 검찰에 출석해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순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후 3시께 최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최 씨가 30일 오전 영국에서 극비리에 귀국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에 출석한 최 씨는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취재진의 질문에 최 씨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했다.

의혹의 정점에 선 최 씨 소환으로 검찰 수사가 핵심 단계에 진입했다. 이날 조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사유화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농단' 의혹,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최 씨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발판 삼아 대기업들에 8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미르재단과·K스포츠재단에 출연하게 하고 해당 기금을 사업비로 빼돌려 자신의 딸의 승마 훈련비로 쓰려는 등 사유화하려한 의혹을 받는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측근 고영태 씨 등 내부자들의폭로로 최씨가 실제 두 재단 이사진 임명 등 운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최씨를 상대로 박 대통령의 연설문, 북한과 비밀 접촉 내용이 담긴 인수위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문건을 대량으로 실제로 받아봤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PC에는 연설문 등 200여 개 문서가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가 원서 접수 기간이 지나고 나서 획득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인정해 정유라씨를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키는 과정에서 최씨가 최경희 전 총장 등 학교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약속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딸과 함께 독일에서 거주해온 최씨가 현지 호텔과 주택을 사고 비덱스포츠, 더블루케이 법인 설립 과정에서 들어간 돈을 옮기면서 외국환거래법 등 실정법을 위반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횡령부터 탈세,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강요, 업무방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등 최씨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혐의가 10여 개 안팎까지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요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전날 귀국 직후 변호인을 통해 "수사에 적극 순응하겠으며 있는 그대로 진술하겠다.

국민 여러분께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는 본인의 언론 인터뷰나 변호인의 입을 통해 태블릿PC 이용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또 박 대통령을 일부 개인적으로 도왔을 뿐 국정에 부정하게 개입할 뜻이 없었다면서 법적 책임을 피해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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