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이화여대 특별감사 시작
[ 김봉구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관리 특혜 의혹과 관련, 교육부가 31일 이화여대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2주간 진행되는 감사에서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씨의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우선 입학 관련 특혜 의혹의 진위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화여대가 2015학년도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대상 종목을 늘리면서 승마를 포함시킨 점, 면접에서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점, 원서 마감 이후 획득한 금메달이 평가에 반영된 점 등이 점검 대상이다.
◆ 이화여대 해명, 사실 여부가 쟁점
이화여대는 이미 지난 17일 설명회를 열어 해당 의혹들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우선 정씨를 염두에 두고 승마특기자를 신설했다는 의혹. 학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2013년 5월 체육과학부 교수회의에서 엘리트급 선수 지원 확대를 위해 선발종목 확대(승마 포함)를 결정했다”면서 2014년 9월 수시전형에 지원한 정씨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최씨의 행적에 대한 각종 의혹이 드러나면서 진위를 원점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씨가 미리 대입 제도 변경 내용을 입수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학교 측 해명이 무색해진다. 사전에 변경 계획을 파악한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는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입학처장이 면접위원들에게 지원자의 선수단복 착용 및 입상 메달 소지 사실을 ‘특이사항’으로 알렸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 입학처장은 서류 제출 마감 이후인 아시안게임 입상 실적을 면접 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도 공지했다.
마감 기한 이후 획득한 금메달이 평가에 반영된 점에 대해선 “1단계 서류평가에선 반영하지 않았고, 2단계 면접에선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 이내 입상 실적’을 명시한 지원자격은 서류평가에만 해당되며 ‘종합적 평가’를 한 면접에선 제출 마감 이후의 입상 실적을 반영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학교 측 해석이 ‘통상적 판단’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점이 남는다. 실제로 정씨의 면접 당일 일부 면접위원은 평가 공정성에 이의제기를 하기도 했다.
◆ 정씨, 고려대·중앙대엔 '불합격설'
이화여대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또 있다. 정씨가 고려대·중앙대 등에도 지원했으나 불합격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대학별 체육특기자 지원자격과 평가방법이 대동소이한 점을 감안하면 유독 이화여대에만 합격한 사실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앞서 정씨가 고려대와 중앙대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해당 대학들은 “정씨뿐 아니라 수험생 개인정보인 합격·불합격 여부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보도의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부인하지는 않았다.
원칙적으로 당사자인 정씨에게 직접 확인할 사항이란 뜻이다. 그러나 대입 수시모집에 총 6회까지 지원할 수 있는 점, 관련된 구체적 정황에 대한 증언이 나온 점,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임에도 해당 대학들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점을 종합해보면 정씨가 이들 대학에 불합격했다는 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 소재 대학 입학처장을 지낸 한 교수는 “이화여대가 정씨에 대한 입학 특혜를 줬는지는 감사해보면 나올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대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대학들의 체육특기자 입시 관리가 허술한 건 사실이다. 입학 담당 부서가 특기자 입시를 해당 학과에 위임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정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학사 관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감사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문제점을 확인해도 입학 취소까지 하기는 어렵다.
앞서 교육부는 대학 학칙에 입학비리 학생 선수의 입학취소 규정을 반영토록 했다. 또 입학비리 연루 대학은 최대 정원의 10%까지 모집정지 조치될 수 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지난 19일 사임하면서도 “입시와 학사 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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