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영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일주일째 정국을 마비시키자 국내 증시에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을 좌우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일부 전문가들도 "정치 상황을 주가 리스크로 볼 수 있다"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지지통신은 한·일 통화스와프 등을 둘러싼 협상 차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 인민일보 역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북핵 문제 등 외교 현안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연계한 다수의 연구개발(R&D) 사업 및 경제활성화 법안까지 일제히 제동, 당분간 '경제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은 앞서 제기된 상태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이벤트를 '세 가지 리스크'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한국 내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며 "한·일 통화스와프, 사드, 북핵 문제 등 증시 주변 여건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불과 두 달 내 미국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이탈리아 선거, 유럽 중앙은행(ECB) 양적완화(QE) 등 수많은 증시 리스크가 대기 중"이라며 "이 중 단 하나라도 피하지 못하면 코스피·코스닥 시장도 단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내외 이벤트가 산적한 11월 주식시장에선 '인내심'이 투자자들에게 유일한 대응책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11월 증시는 기다림의 시기"라며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인데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 속 외국인 매수 강도가 약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당초 예상보다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장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역시 국내 증시의 상승 가능성을 짓누를 수 있다는 게 고 연구원의 판단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11월 증시는 인내심이 필요한 달"이라며 "11월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주식 비중 확대를 위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배당주 위주의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권했다.
그는 특히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이 당선 되더라도 미국의 대외 교역은 기존 정부보다 약화될 것"이라며 "한국의 대미 수출 약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원화의 약세가 진행, 외국인의 순매도 출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낮은 지금의 시장에서 불확실성은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 투자전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한 곳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시장전략팀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현재 KOSPI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레벨은 2000선으로, 장부가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7~9월) 기업실적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대체로 웃돌고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 중국, 브라질 등 수출 대상국들의 경기도 호전되고 있다"면서 "11월 미국 대선 결과와 12월 금리인상 불확실성으로 연말까지 숨고르기 구간은 있겠으나 대형가치 스타일 중심의 시장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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