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본인이 결정"…야당 "각본대로 움직여"
[ 박한신 / 유승호 기자 ]
현 정권 ‘비선 실세’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30일 돌연 귀국했다. 그의 입국을 둘러싸고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씨가 갑자기 말을 바꿔 자진 귀국했기 때문이다. 최씨 사태와 연루돼 모습을 감췄던 인물들도 짜맞춘 듯 일제히 나타나 검찰과 언론에서 각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 있다”고 사전 모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① 왜 즉각 신병확보 안했나?
검찰 "수사단계 맞춰 31일 소환"
변호인(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변호사)을 통해 “검찰이 부르면 귀국한다”고 한 최씨가 갑자기 돌아온 의도가 무엇인지에 가장 의문이 많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이날 “본인이 자진해서 갑자기 (귀국)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 귀국 후 이 변호사는 “건강 상태와 시차 등을 고려해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최씨를 즉시 소환하지 않고 하루 지난 31일 오후 3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최씨가 런던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직후 귀국 사실을 파악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공항에서 신병을 확보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건 수사 상황과 단계에 따라 (검찰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수사 단계를 마구 점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의 핵심 피의자 신병을 즉시 확보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② 수사 빨리 받는게 낫다?
추가 의혹 차단 노렸을 수도
최씨가 자진 귀국해 검찰 수사를 받는 게 추가 의혹을 차단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최씨는) 단두대에 올라가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수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면 된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의혹이 계속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당 등 일각에서는 최씨의 귀국이 ‘시나리오’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귀국 및 검찰 소환 일정 등을 사전에 조율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혹의 핵심 인물인 고영태 씨와 중국에 있던 차은택 씨, 독일에 있던 최씨의 귀국 시점과 일정이 너무 딱 떨어지는 데다 변 @慣沮?준비해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모양새가 우려스럽다”며 “관련 당사자들이 입과 행동을 맞춰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최씨에 앞서 지난 27일 태국 방콕에서 입국해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중국에 있는 차씨도 곧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③ 법리 다퉈보자?
'죄명 특정하기 어렵다' 계산 가능성
최씨가 핵심 의혹에 대해 법리를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각종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죄명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계산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과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실 행정관 등은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언론을 통해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씨는 26일 세계일보 인터뷰를 통해 “절대 자금을 유용한 적이 없다”며 “감사해 보면 다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④ 도피 행각 의혹?
"언론 인터뷰 장소 독일 아니다" 주장도
최씨의 ‘도피 행각’도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일보 인터뷰 장소부터 독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세계일보 인터뷰 기사의 사진에 찍힌 콘센트 위치가 독일 규정과는 다르다는 게 근거다. 일각에선 “최씨가 네덜란드 또는 덴마크에서 인터뷰한 뒤 런던으로 건너가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독일에서 제3국을 거쳐 런던으로 이동하고 일요일 아침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외국 항공사를 선택한 것은 누군가의 조력이 없이는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박한신/유승호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