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사라진 캠퍼스
편의점 잔돈은 웹툰 보는 포인트로
충성고객 확보한 간편결제, 신규고객 증가는 둔화
미래 고객 20대 공략…오프라인 영향력 확대
[ 박희진 기자 ] 경희대 대학원 음악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김현준씨(27)는 요즘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에 지갑을 꺼낸 기억이 별로 없다. 캠퍼스와 주변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곳이 늘어나면서다. 경희대는 NHN엔터테인먼트가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의 오프라인 이용 활성화를 위해 만든 '페이코존' 중 하나다.
지하철은 물론 교내 학생식당, 매점, 서점 등에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김씨는 "간편결제를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쓰다 최근엔 오프라인에서도 즐겨 쓰고 있다"며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돼 일상이 한결 가볍고 편해졌다"고 말했다.
◆ 충성고객 잡은 페이…고민은?
20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의 주요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규 이용자 확보에 나선 간편결제 서비스 운영사들이 '미래 주요 소비층'인 20대 모시기에 나선 痼막?보인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의 가입자 증가 속도는 과거보다 둔화됐다. 1~2년전 서비스 출시 초반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다 그 속도가 더뎌진 것이다.
페이코는 지난 8월 출시 이후 5개월동안 월 평균 약 50만명씩 늘던 가입자 수가 최근엔 20만명 수준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지난 7월 기준 가입자 수는 560만명.
출시 2주년을 맞은 카카오페이의 경우 가입자 400만명 달성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됐다. 이후 가입자가 1000만명이 되는 데는 1년3개월이 더 걸렸다.
반면 간편결제 서비스를 여러번 써본 충성고객은 늘었다.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이용자 중 월 2회 이상 결제한 이용자 비중은 지난해 12월 69%에서 올해 5월 89%로 늘어났다. 페이코 결제 서비스 이용자들은 10월 한달동안 평균 3.6회 페이코로 결제했다.
간편결제 업계가 서비스를 알리고 일부 이용자의 결제 습관을 바꿔놓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숙제는 신규 고객 확보와 이용자층 다변화다. 고민에 빠져있던 간편결제 업계는 최근 '20대 이용자 잡기'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다.
서비스 출시 초반엔 경제력과 구매력이 높은 30대 이상 세대를 공략했다면 최근엔 결제 및 소비 습관이 뚜렷하지 않은 20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간편결제 서비스 주요 이용자는 25~40세 사이의 여성층"이라며 "생활, 음식료, 패션,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매력이 높은 이들이 새로운 결제 수단에 빠르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결제 가맹점을 직장인이 주로 찾는 음식점과 카페 등을 중심으로 확대한 것도 30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이었다.
◆ '미래 큰손' 20대 체감 이용률 낮아
20대 역시 다른 연령층 대비 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편이지만, 20대 후반 쏠림 현상이 있고 실생활에서 결제 습관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실제 20대가 즐겨 사용하는 앱이나 서비스의 결제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숙박 예약 앱 '여기어때'가 최근 3개월간 앱에서 사용된 결제수단을 분석한 결과, 월 평균 전체 결제 건의 50%가 신용카드를 통해 발생했다. 카카오페이, 페이코,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결제 건은 30%에 그쳤다. 이 앱은 20대 이용자가 전체의 60%에 달한다.
간편결제 업계는 미래의 큰손 고객인 20대의 결제 습관을 바꾸는 데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결제를 넘어 20대 이용자의 일상에 파고들기 위해 오프라인 서비스를 넓히는 추세다. 대학가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송금, ATM 입출금 등으로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현금으로 받는 대신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충전할 수 있는 '잔돈 충전' 기능을 내놓기도 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웹툰, 음악, 영화 등 콘텐츠 구매와 네이버 예약 서비스 등에서 쓸 수 있다.
전수용 NHN엔터테인먼트 제휴협력본부장은 "5년 뒤면 현재 20대가 본격적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한다"며 "미래 고객의 일상엔 간편결제 서비스가 지금보다 더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